‘세기의 미남배우’로 평가받던 알랭 들롱(86세)이 안락사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알랭 들롱은 법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스위스에 거주하고 있으며, 1999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해 프랑스와 스위스의 이중국적자이기도 하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015년 OECD 30개국을 포함해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죽음의 질(Quality of Death)’ 순위를 매겼다.
1위는 영국, 2위는 오스트레일리아였으며 한국은 18위였다. 상위 20개국 안에 아시아 국가는 타이완(6위), 싱가포르(12위), 일본 (14위)이다.
선진국에선 이미 심폐 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영양 공급장치에 매달리지 않고 아기가 엄마 젖을 떼듯 천천히 약을 줄이며 눈을 감겠다는 ‘슬로 메디신(Slow Medicine)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안락사는 적극적 안락사(euthanasia)와 조력자살(assisted suicide) 그리고 연명치료를 중지함으로써 환자가 사망하도록 하는 것은 수동적 안락사다. 한국에서도 2016년 1월에 통과돼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건수는 지난해 12월 21일 기준 114만4726건까지 늘었다. 또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중 89%가 좋은 죽음을 위해 스스로 삶을 정리한 후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많은 이들이 죽음에 대한 존엄과 자기 결정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전의료의향서와 연명치료중단 강조가 개인적으로는 자식이나 가족에 대한 미안함 등이, 사회적으로는 고갈되는 국민연금이나 복지비용 등의 문제가 연계되는 것은 아닌지…우리나라는 한 해 25만명이 죽음을 맞고 대부분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한국인들은 평생 지출하는 의료비의 절반을 죽기 전 한 달, 25%를 죽기 전 3일 동안 쓴다고 한다. 마지막 10년중 절반을 앓다 떠난다고 한다. 오래 사는 대신 오래 앓는 것이다. 수명이 늘어나는 대신 병석에 있는 기간도 늘어났다.
죽음의 질을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느냐’라고 한다. '좋은 죽음'이란
① 익숙한 환경에서,
②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③ 가족 친구와 함께,
④ 고통 없이 죽어가는 것
이 기준이라고 한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마감하는 방식을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마지막 행복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알랭 들롱’이라는 추억의 이름과 ‘안락사 결정’이라는 뉴스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오늘이다.
허준혁의 유쾌한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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