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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WeeklyKorea

해발 3500m 하늘 아래 첫 서점, 그 경이로움에 취하다

해발 3500m 티베트고원에 개관한 ‘샹그릴라 셴펑서점’ 내부 모습.

하늘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를 담론하는 책. 책을 쓰고 읽고 만드는 24명이 지난 5일 해발 3500m의 티베트고원 샹그릴라에 있는 ‘샹그릴라 셴펑(先鋒) 서점’을 찾았다. 차마고도의 옛 마을 두커종에 자리 잡은 이 서점은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난징에 본점을 두고 있는 셴펑서점이 하바 설산을 마주하는 이곳에 티베트족 문화를 주제로 하는 또 하나의 ‘향촌서점’을 연 것이다.

셴펑서점은 지방정부와 손잡고 ‘향촌서점’을 통해 ‘지방살리기 문화운동·독서운동’을 펼치고 있다. 셴펑서점이 지방정부와 함께 위치를 선정하면, 건축비용은 지방정부가 부담한다. 건축적 성취에 혼신을 다하고, 셴펑서점의 의견이 존중된다.


■ 생태 유토피아에 가꾼 책방들

샹그릴라는 티베트어로 샹바라, ‘신비한 식물왕국’이란 뜻이다. 생태의 유토피아다. 산악인들의 영혼이 갈구하는 초월의 유역이다. 티베트인들이 경모하는 질박한 땅이다. 고원과 협곡이 병존하는 이 강파(康巴) 구역은 실용과 도전을 중시하는 강파문화를 낳았다.

서점은 버려진 티베트족 농가주택 세 채를 개조했다. 셴펑서점의 창립자 첸샤오화는 2020년 후보지 답사차 왔다가 바로 이곳에 꽂혔다. 이 세 채의 집을 서점공간으로 개선한 자오양은 대지를 경배하는 건축가다. 번다한 기교로 대중의 눈길을 끌려 하지 않는다. 대자연 속의 티베트족 주택의 건축미학을 어떻게 서점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심했다.

민가 건물의 본래 구조를 그대로 살린 서점 내부 모습. 다양한 ‘굿즈’가 진열되어 있다.

‘중앙기둥’은 티베트족 주택의 상징이다. 원주인이 깊은 산속에서 벤 나무로 만들었다. 경건한 신앙과 희망을 의미한다. 건축가는 40년 본래의 건축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려 했다. 법고창신(法古創新), 보존과 혁신이었다.


티베트족의 전통을 살리면서 서점을 위한 기능적 변화만 도모했다. 담장까지도 원형을 유지했다. 재료와 시공 요원까지 샹그릴라 현지에서 동원했다. 티베트의 농목 전통이 다시 태어나는 것이었다. 창문을 개조해 샹그릴라의 자연과 소통하게 했다. 티베트의 팔보벽화는 그대로 남겼다. 셴펑의 첸샤오화가 추구하는 향촌서점의 철학이기도 했다.

첫 번째 집이 서점 공간이다. 두 번째 집은 굿즈 공간이고 세 번째 집은 카페 공간이다. 그러나 세 공간은 연계되는 길로 하나가 된다. 연계로의 중간, 타작하던 마당은 담론하고 공연을 펼칠 수 있게 했다. 전체 공간은 1513㎡(약 458평)다.

우리 일행은 서점에 진열되고 있는 책들의 주제와 수준에 놀랐다. 티베트의 역사와 종교, 문화와 예술을 주제로 삼는 책들은 물론이고 윈난성의 소수민족에 관한 책들도 있었다. 이 책들이 샹그릴라 셴펑서점을 더 경이롭게 한다. 개관하는 그날, 이 외딴 서점에 3백여 명이 모여들었다. 매출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하루 매출이 1만 위안(약 188만원) 이상이 유지되고 있다.

서점의 벽에 있는 티베트 옛 그림을 그대로 보존시켰다.

우리 일행은 서점의 콘텐츠와 굿즈의 미학과 카페의 차향에 취했지만, 고원에 피고 있는 야생화들, 이곳저곳에서 풀 뜯는 야크들의 평화로운 풍경에 취했다.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장엄한 산악, 그러기에 사람들은 티베트를 찾고 히말라야를 오를 것이다.


여기에 드디어 책들이 들어왔다. 아름다운 영혼을 담아내는 책들이기에 방문객들은 지갑을 연다. 카페는 커피와 차만 공급하는 곳이 아니다. 티베트의 역사와 삶을 담아내는 사진전이 진행되고 있다. 세 채의 집에서 전개되는 콘텐츠는 또 다른 티베트의 미술관・박물관이기에 충분하다.


6백 년 된 숭정서원(崇正書院). 초등학교・공장으로 사용되다가 폐허가 되고 있던 서원공간이 아름다운 서점으로 변신했다.

■ 지나간 역사와 오늘의 삶 공생

우리가 방문한 또 하나의 향촌서점은 2023년 12월에 개관한 웨이산의 숭정서원이다. 명 왕조 홍무연간에 건축되었으니 600년의 두터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고 나서는 초등학교로, 다시 기술학교와 공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가 사라졌지만 서점으로 다시 탄생함으로써 책을 찾는 사람들의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고색창연한 서원의 기둥 사이를 맴돈다. 서원 부근에 있던 청대의 돌비석 두 개가 서점 안으로 옮겨져 보존되고 있다. 건물이 새롭게 다듬어짐으로써 지나간 역사와 오늘의 삶이 공생하고 있다. 건축을 맡은 화리의 건축철학이다.

‘숭정서원’은 고건축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책의 공간을 추가했다.

마을 노인들의 도서관 역할도 하지만, 정선된 책 1만3천 종의 인문・역사・예술 책들을 소장하고 있는 중형서점이다. 물론 웨이산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책, 소수민족 이족, 윈난의 문예물을 선서해놓고 있다.

이 지역에 존재했던 남조국을 논의하는 책들이 비치되고 있다. 2020년 5월에 문을 연 사계백족서국은 곡물창고였다. 백족, 차마고도, 대리국과 연관되는 주제의 책들로 특화되고 있는 향촌서점이다. 곡물창고가 이렇게 아름다운 서점으로 변신하다니. 설계를 맡은 건축가 황인무는 사계의 옛 마을을 보존하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서점과 사계마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곡물창고가 서점으로 변신한 ‘사계백족서국’. 차마고도 선상의 마을 중심에 자리 잡았다.

백족서국은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점공간과 카페공간과 모임공간과 시가탑(詩歌塔)이다. ‘지상의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윈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사계백족서국을 방문하고, 이 다양한 책들을 만나야 할 것이다.

더 놀라운 공간은 시가탑이다. 담배 건조시설이었다. 중국의 시인들, 세계의 시인들 초상과 시구가 탑을 오르는 우리들을 영접한다. ‘시의 천사들’을 따라 공간의 꼭대기에 오르면 갑자기 시야가 열린다. 백족의 마을과 전원, 장대한 산악의 풍경이 다가온다.


이 담배 건조시설은 당초 철거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적 상상력으로 문예의 삶을 누리는 첸샤오화는 이것을 ‘시가탑’으로 만들자고 했다. 사계백족서국을 여행하는 애서가들에겐 화룡점정이다. 난징의 셴펑서점은 시집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서점이다. 이미 난징에 시 전문 서점을 열었다.

사계백족서국은 시간이 지나면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그런 서점이 아니다. 올해 노동절 휴가철엔 하루에 4천명이 전국에서 방문했다. 차마고도의 교역중심지 가운데 지금까지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존재하는 도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방정부도 이 사계백족서국을 위해 나서고 있다.


서점 가운데 있는 계단에서 서점 답사 일행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책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올해 개관 28주년을 맞는 셴펑서점은 현재 분점 20개를 열고 있다. 2026년 초까지 6개의 향촌서점을 더 개관할 계획이다. 셴펑서점이 들어오면 지역이 활성화된다. 관광객이 늘어난다. 그러니 지방정부에서는 셴펑서점의 유치를 희망한다.


대지와 건축과 서점 시설 비용은 지방정부가 부담한다. 셴펑이 20년간 운영권을 갖는다. 셴펑은 매달 형식적인 비용을 부담한다. 그러나 영업적 이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또 다른 효과를 얻게 된다.

셴펑서점의 첸샤오화는 서점을 열면서 ‘대지의 이향인’이라는 시적인 기치를 내걸었다. 오스트리아의 시인 게오르크 트라클의 시편이다.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고향을 찾아 영원히 헤맨다. 개방과 독립, 자유와 인문의 탐험정신일 것이다. 첸샤오화에게 서점이란 인간이 한사코 찾아나서는 정신의 고향이고 독서인에겐 사상의 집이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

“나의 생명은 책 속에서 시작되었고, 책 속에서 끝날 것입니다. 책이 나의 신앙입니다. 서점은 나의 가장 큰 기쁨입니다.”

첸샤오화는 2018년 6월28일 저장성 쑹양현 천자푸촌에 ‘평민서국’을 열었다. 해발 900m의 700년 된 고촌의 마을회관에 현대적인 서점을 들여놓았다. 나는 그날 개관식에 참석했다. 너무나 경이로운 고촌의 서점.

“이건 지상의 유토피아다!”

순간 나는 그렇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이번 윈난성 서점 여행은 우리 모두에게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책이, 책방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우리들에게 심어주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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