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공방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두달여 남은 총선판을 흔들 만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초동대응 실패로 지지율 하락의 쓴맛을 봤던 자유한국당 등이 공수를 바꿔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 ‘중국 관광객 본국 송환’ 등 혐오 정서를 부추기는 발언도 서슴지 않아, 공당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은 전날에 이어 29일에도 정부가 ‘중국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는 데 신경 쓸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한 폐렴 확산 차단보다 반중 정서 차단에 더 급급한 게 아닌지 걱정된다”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한국당은 현재까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명칭 대신 ‘우한 폐렴’을 사용하고 있다.
다른 의원들은 한발짝 더 나갔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중국 전역을 오염 지역으로 보고 중국 눈치를 그만 보고 초과잉 대응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의원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우한, 후베이로부터 중국인 입국이 무방비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정신을 놓았다”며 중국 우한에 거주했거나 이곳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검역법 개정안을 이날 발의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나아가 “중국인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고, 중국에서 한국에 온 중국 관광객을 즉각적으로 송환하라”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국당이 ‘혐오 정서를 노골적으로 부추긴다’는 비판에도 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지지율 급락이라는 ‘정치적 파장’을 뼈저리게 겪은 탓도 있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메르스 사태 당시 황 대표는 국무총리, 김 의원은 여당인 새누리당 대표, 원 의원은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었다. 당시 초동대응 실패로 전세계 감염자 1225명 중 한국에서만 18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38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더불어민주당도 바짝 긴장하며 당 차원의 총력 대응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가짜뉴스 차단도 공언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은 신종 코로나 대책위를 설치했고 대통령과 총리도 총력 대응을 하고 있다. 국민 안전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때도 보여줬지만 문재인 정부의 방역 대응 체계는 매우 높은 편”이라며 “정부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니 과도하게 불안을 부추기거나 불확실한 가짜뉴스에 속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일부 야당 정치인이 재난을 정치 쟁점화하며 ‘중국인 포비아’까지 확산시킨다는 우려가 있다”며 “외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비현실적 대응을 주문하면서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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