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이후 45년 만…이재명 "국민들 국회로 와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0시 25분(현지시각)을 기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월 이후 45년 만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초유의 사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강건하게 지켜낼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보태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 운명에 처해있다"며 "북한 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소추 추진과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을 거론하며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그리고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상태에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발표한 직후 국방부는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전군에 비상경계·대비태세 강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계엄사령부는 또 밤 11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포고했다.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포고령 1항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며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했다.
야권은 윤 대통령이 이날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회로 집결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해야 하는데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의원들을 체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이 나라를 지켜주셔야 한다. 국회로 와달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저희도 목숨을 바쳐 이 나라 민주주의를 꼭 지켜내겠지만 우리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국회는 이 나라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이 나라의 주인이신 국민 여러분께서 나서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강건하게 지켜낼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보태달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가 해제할 수 있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때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민주당 의석만 170석이라 즉각 해제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야권은 정부가 국회를 폐쇄해 비상계엄 해제조차 시도하지 못하게 할 것을 우려했다.
비상계엄은 그동안 모두 9차례 선포됐다. 가장 최근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을 맞고 숨진 1979년 10·26 사태 직후였다.
한편, 밤 10시 25분쯤 전국 텔레비전을 통해 이루어진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 안보와 북한의 위협을 언급했지만, 곧 윤 대통령이 일련의 정치적 실패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임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군이 일시적으로 통치를 맡게 되었고, 국회에는 병력과 경찰이 배치되었으며 헬리콥터가 국회의사당 지붕에 착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현장에서 중계하던 언론들은 국회 입구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약간의 충돌이 있었다고 보도했지만, 중무장한 군 병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은 폭력 사태로 이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정치적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전술로 군사 통치인 계엄령을 발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즉각적으로 국회 밖에서 시위를 촉발했고, 국회의원들은 몇 시간 만에 해당 조치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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