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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Weekly Korea EDIT

‘집다운 집에서 살고파’…전 세계로 번지는‘작은 집 짓기’붐

주거 디자인 분야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매우 작은 집이 주거의 미래로 떠오르며, ‘작은 집 짓기 운동’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서구권에서 ‘타이니 하우스 운동’은 아주 작은 집을 지어 공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사회 운동을 말한다.

‘#tinyhouse’(해시태그를 단 250만여 개의 인스타그램 포스트, 넷플릭스의 ‘도전! 소형주택(Tiny House Nation)’ 같은 TV 시리즈와 다큐멘터리, 영국의 건축가이자 TV 진행자인 조지 클라크가 이 주제를 다룬 시리즈들이 인기를 방증한다.

이 운동에서 가장 주목되는 이는 분명 테슬라의 수장인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 사업을 하면서, 텍사스 보카치카에 있는 작은 집을 임차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트위터에 “작은 집에서 사는 게 더 집다운 느낌이 든다”고 썼다.

소비지상주의의 대척점에서 미니멀리즘과 비워내기가 시대의 정신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타이니 하우스 운동도 걸맞은 때를 만난 듯하다. 공간과 물건을 더 적게 소유하면 보다 중요한 것을 위한 여백이 생긴다는 주장이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타이니 하우스 운동의 뿌리는 19세기 미국의 자연주의자 및 수필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책 ‘월든’(1854)은 자연 속에서 단순하게 사는 삶에 대해 많은 영감을 주었다.


바퀴가 달린 작은 집을 만들고 책 ‘스몰 하우스 북’을 저술한 제이 샤퍼는 “타이니 하우스의 대부”로 불린다. 이후 사회 정의와 주거권 문제에 집중한 샤퍼는 ‘텀블위드 타이니 하우스 컴퍼니’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타이니 하우스 지지자들은 이러한 주거 형태가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영국 기업인 ‘타이니 하우징 컴퍼니’에 따르면, 타이니 하우스는 건축 자재도 덜 들 뿐만 아니라 평균적인 영국 주택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20~30%만 사용한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을 설치할 수 있어,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이동성을 고려해 설계됐기에, 자연과 가까운 곳에 짓기도 쉽다. 경제적이고, 이동이 가능하고, 친환경적이고, 공동체 친화적이고, 담보 대출이 필요없는 집.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크리스 마치는 영국 노섬버랜드에 있는 ‘타이니 에코 홈즈’의 설립자다. 자신이 설계하고 소나무와 삼나무를 이용해 만든 집에 3년째 살고 있다. 7m x 2.5m 면적, 윗층에서도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의 높이를 갖춘 2층집, 2개의 침실이 특징이다. 그는 “이 집은 내 아들과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진 집”이라고 말했다.

마치의 회사는 해마다 타이니 하우스를 15채 정도 짓는다. 그중 한 채를 데이비드 웨스트우드 가족이 5만파운드(약 8150만원)를 주고 구입했다. 이 가족이 촬영한 비디오에는 아들 조스가 일어설 때 침실 천장에 머리가 닿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들은 “전통적인 집에서 사는 것과 똑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들은 처음에는 500파운드 가량의 월세를 내는 캠프장에 이 집을 세웠다가, 이후 토지 임대료가 필요 없는 부모 소유의 정원으로 집을 옮겼다.

토지 비용은 타이니 하우스 구입 시 주요 고려사항이다. 마치는 자기 땅에 집을 지었고, 그곳에 영구 거주할 권한을 취득하려 노력중이다.


“저는 ‘평범한’ 집을 짓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런 집은 20만파운드가량이 필요하죠. 그런데 타이니 하우스는 6만파운드 정도면 됩니다. 3분의 1 가격으로 새 집을 갖는다니, 고민할 필요도 없죠.”

커다란 장애물인 건축 부지 비용을 어떤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 소유 땅에 집을 세워 해결한다. 타인의 땅을 임차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 방식에는 건축 허가가 필요 없다. 또 다른 방법은 땅을 사서 용도를 글램핑 공간이나 작은 농장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치는 “영국에서는 영구 거주 목적으로 타이니 하우스를 짓고 사는 허가를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타이니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생활 방식과 가치의 변화가 주된 원인이다.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 지역 공동체와의 유대감 강화, 환경 보호,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열망, 비용 축소 등이 삶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했다.


물론 작고 매끈한 디자인이 좋아서 작은 주택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영국 내 타이니 하우스 거주자는 아직 2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마치는 “많은 이들이 타이니 하우스 거주를 이야기하지만, 아주 극소수만이 실제로 그러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 작지만 완벽한 구성

다른 국가에서는 타이니 하우스 산업이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약 1만 명이 타이니 하우스에서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메리칸 타이니 하우스’의 에이미 턴불 이사는 원예 매거진 ‘스프러스(The Spruce)’와의 인터뷰에서 “타이니 하우스 운동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이를 선호함에 따라 타이니 하우스를 지을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 프런티어 디자인’의 CEO 데이비드 라티머는 2020년 스프러스 시상식에서 가장 화려한 소형 주택 건축가로 뽑혔다. BBC 컬쳐는 단출한 디자인에 목재와 식물로 꾸민 캘리포니아 베니스 비치 소재 스튜디오에서 라티머를 인터뷰했다.

라티머의 삶의 철학은 “목적을 갖고 살자”다. 그는 소형 주택에 대한 관심이 “유행처럼 번지던” 2015년에 회사를 설립했다. 그의 회사는 한 해 보통 12~16채의 타이니 하우스를 판매한다.

판매하는 집은 5종이다. 이중 ‘알파’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큰 유리문에 두 개의 세면대를 설치한 “이상적인 커플의 집”이다. ‘에셔’에선 6명이 잘 수 있고, 10인용 식탁과 욕조를 갖췄다.


라티머가 설계한 집에는 공간이 허용하는 한에서 최대한 다양한 가전제품이 들어간다. 여기에 공간 절약형 가구는 그가 만든 타이니 하우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라티머는 2017년 TV쇼 ‘굿 모닝 아메리카’를 통해 캘리포니아 산불로 피해를 입은 가족들의 집을 짓기도 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훌륭한 성과다. 하지만 그는 이제 겨우 초기 단계인 이 산업이 향후 지속적으로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이를 관장하는 정부 기관이 없고 작은 주택을 위한 신용 대출이 없다는 것 등이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법적으로 타이니 하우스를 세울 수 있는 곳은 매우 제한돼 있습니다.”

라티머의 고객 연령대는 다양하다. 장성한 자녀를 독립시킨 부모 세대나 은퇴 세대도 많지만, 전문직에 종사하는 젊은 세대도 많다. 모두 도시에서 벗어나 조용한 환경을 원하는 이들이다. 타이니 하우스를 일상의 주거지로 삼으려는 이들과 별장으로 사용하려는 이들은 반반이다.


“생활 방식 선택의 문제입니다. 타이니 하우스 운동은 가치 지향적인 세상을 꿈꾸죠.” 지속가능성은 타이니 하우스를 선택하는 많은 이들이 중시하는 가치다. 태양광이나 풍력, 퇴비를 만드는 화장실 등을 사용하기에, 타이니 하우스는 탄소 발자국이 매우 작다.

라티머는 팬데믹이 이 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도시의 갑갑한 삶에서 벗어나 다시 자연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타이니 하우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온라인에서 존재감을 경험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자유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 삶은 친밀감도 크고 아늑하며 편안하고 따뜻하죠. 하지만 작은 주택은 모두를 위한 것은 분명 아닙니다. 일정한 희생과 생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죠. 그런데 제가 만난 대부분의 고객은 타이니 하우스를 계약하기 전에 충분히 많은 조사를 하고 찾아 옵니다.”

잠재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크고 작은 사건이 회자되며 타이니 하우스 운동이 잰걸음을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 출신의 앨런 댈은 직접 타이니 하우스를 지었다가 뉴질랜드 캔터베리 의회와 소송을 벌였다.



당시 그가 만든 집은 50대의 중년인 그가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그는 법정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판결이 내려졌고, 이것이 뉴질랜드의 다른 타이니 하우스 소유자를 위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도 흥미로운 계획들이 추진되고 있다. 시밀스 지역의 커뮤니티 지원 비영리 주택 프로젝트인 ‘타이니 하우스 커뮤니티 브리스톨’은 자치단체장의 지지를 받아냈고, 시 의회는 이 프로젝트를 위한 법안을 만들고 있다.


이 단체의 설립자인 레이첼 버틀러는 “이 계획은 주택과 부엌, 식당, 친환경 빨래방, 작업장 등을 포함해 의미있는 공용 공간 12~15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자원과 노동력을 이 지역에서 확보하려 합니다. 향후 운영을 할 때도 오직 현지인을 직원으로 고용할 계획입니다.”

‘타이니 하우스 스코틀랜드’는 마이크로 건축을 디자인하고 시공하는 건축가 조나단 에이버리의 아이디어다. 에이버리의 타이니 하우스 디자인은 스코틀랜드의 노숙인들을 위한 마을을 짓는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소셜 바이트 빌리지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마을은 최대 20명에게 약 12~18개월 동안 저렴하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며, 이후 영구주택으로의 전환을 지원할 계획이다.

에이버리는 초기에 “작은 아파트들이 저마다의 스타일과 실용성을 보여주는” 일본 건축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디자인을 할 때 “제한된 크기”를 첫 번째로 고려한다. 무게 제한 3500kg 및 최대 길이 7m의 ‘토(THOW, 바퀴가 달린 타이니 하우스)’가 그 예다. 작은 크기 때문에 이 집은 화물트럭에 싣을 필요 없이 합법적으로 노상 견인 방식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환경친화적 성능을 콘셉트로 한 에이버리의 디자인은 2024년까지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다. 에이버리가 참여한 에든버러의 ‘소셜 바이트 빌리지 프로젝트’의 기금 모금에는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참여하기도 했다. 작은 성취이긴 하지만 분명 이러한 것들은 타이니 하우스 운동을 하는 이들의 커다란 진일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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