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대공황 사태를 불러온 Covid-19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리의 모든 일상은 일순간에 한번도 겪어보지 못하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난세에 영웅 난다고 이 와중에 덕을 본 사업체들도 예외적으로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업체들은 예년과는 다른 상황을 맞이하고 언제 끝이 날지 알 수도 없겠지만, 그냥 그대로 유지하거나 아니면 차마 문을 닫을 수도 없는 사유가 있어 억지로 이끌려 가는 사업체들도 있을 것이다.
지난 3월부터 뉴질랜드는 국경 폐쇄로 인해 해외로부터 찾아오는 여행객과 유학생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어지면서, 이들에게 크게 의존해왔던 다수의 뉴질랜드 인들과 특히 한국 교민사회의 사업체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곤경에 빠져있다.
뉴질랜드에서의 모든 경제 활동은 현재 주택 경기만 제외하고는 보통 때의 절반 정도나 그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찾아 어렵게 버티고들 있다.
지난 번 아주 특별한 건물주에 대한 소식에 이어, 교민사회에서 임대를 하고 있는 건물주들 중 덕(德)과 지(智)를 지닌 몇몇 건물주들의 이야기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으로부터의 여행이 끊어지면서, 여행과 관광, 숙박 업계와 관련된 사업체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이 외에도 더 많은 사업체들이 힘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출되어야 하는 고정 비용은 계속 나가야 하지만, 수익은 제로인 상태로 난감한 업체들이 입주하고 있던 건물주들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임대 계약을 해지한 것과 같은 의미로 그대로 나가도록 허용해 주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왔다.
세입자로서는 수익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사무실을 꾸려 간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마음일지 상상도 못할 지경이겠지만, 건물주의 이 반가운 말 한마디에 너무 고마운 마음을 감출 수 없을 정도라고 하며, 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물론, 건물주라도 모두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고, 어려운 시기에 함께 고통을 나눌 수 있지는 않겠지만, 뉴질랜드의 가장 지독한 건물주라는 Westfield도 2개월간의 임대료를 면제 할 정도로 금년도 비즈니스 상황에 고통을 함께 나누는 움직임들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어려움 속에 있던 사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wage subsidy 정책을 펼쳤으며, 또한 운영 자금을 위한 사회개발부의 무이자 대출도 허용하면서, 은행 담보대출의 상환을 유예하여 주도록 하고, 세입자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조치로 건물주들의 동정을 간접적으로 유도하였다.
많은 건물주들은 나름대로 은행 대출을 이용하여 상업용 부동산을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어, 이들도 역시 어려움은 마찬가지 상황이다.
임차인이 월세를 연체할까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건물주도 있다. 건물 하나 갖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는 기쁨은 잠시, 은행에 내야 할 이자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면 어째야 하는지 고민이 더 커졌다.
장사가 안 된다는 임차인의 시름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배가 된다는 건물주는 임차인의 월세를 받아야 은행에 이자를 낼 수 있는 입장인데, 임대인의 사정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면서 어렵게 결정하고 마련한 자산인데 혹여 은행에 넘어갈까봐 걱정이 크다고 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세간의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출을 기반으로 소규모 임대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아 예상 밖의 임대료 손실이나 중단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건물주들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민 업체가 많이 입주하고 있는 노스쇼어의 한 상가 주인은 자신의 은행대출 상환을 6개월 유예하면서, 세입자에게 먼저 연락해와 50%의 임대료만 지불하도록 도움을 주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 건물주는 6개월 간의 이자 지출 유예로 인한 여유가 생겨 우선은 50%의 수익만 발생해도 도움이 된다며, 큰 기분을 내면서 임대료를 50% 삭감하여 주었다지만, 그래도 6개월 동안의 50% 임대 수익에서 이자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은 그나마 수익으로 계산될 수 있다.
물론 그 건물주는 6개월 이자 상환 유예를 받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했고, 이자 유예가 삭감이 아닌 말 그대로 유예되는 것으로 100%의 임대 소득에 비하면 50%가 줄어든 것이지만, 그래도 세입자를 위하는 마음 하나로,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은행과 세입자에게 단 한 통씩의 전화를 한 것이다.
한 때 대출금 상환 유예가 복잡하다고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기도 하였지만, 전화 한 통화로 유예를 시키면서, 세입자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건물주라는 소리도 들으면서 그나마 50%의 임대료지만 주머니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 건물주는 빠른 계산법으로 이득을 취했을 것이라고 혹자는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에 앞서 고통을 함께 나누려고 한 그 마음이 먼저였을 것이라 여겨진다.
건물주 대부분이 감면 보다는 자신의 담보대출을 내세워 한 푼의 임대료도 깎아주지 않은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듣고 있다. 한 푼도 깎아주지 못해 세입자가 임대료를 낼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면, 은행에 이자를 내기가 어려워지고, 몇 개월 이상 연체되면 건물이 경매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흔히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들을 하고 있지만, 감히 건물주가 조물주를 넘볼 수 있으랴 만은, 진정으로 조물주 아래에 건물주들이 자리를 하기를 바라며, 고통을 함께 나누는 현명하고도 훈훈한 소식이 있어 흐뭇한 소식을 전한다.
위클리코리아, 안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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