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의 해법은 에너지소비 감축 모두들 한그루의 나무라도 더심어 도시의 열섬을 자연적으로 식히자
폭염이었던 올 여름, 강력한 태풍 때문에 잠시 무더위를 식히기는 했지만 갈수록 기상이변은 혹독하다. 딱 10년 전 어느 신문기사의 제목이 ‘더워지는 한반도…폭염대책 시급’인데 2050년까지 여름철 폭염으로 서울에서만 매년 6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연간 1100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했다.
기후와 그 변화, 환경문제를 맡은 국제기구는 ‘세계기상기구(WMO)’와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당사국총회(COP)’,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녹색기후기금(GCF)’ 등이 있다.
국가 간 기후 변화 대응 기술 협력을 전담하는 UN 산하 국제기구인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는 개발도상국이 기후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선진국과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기후 변화 대응 기술의 개발과 이전을 담당하고 있다.
2015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채택된 파리 협정은 아주 중요한 내용을 담은 협약으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고 준비기간을 거쳐 제23차 회의에서 195개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세계기상기구는 2022년을, 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수준보다 약 1.15(1.02~1.27)℃ 높아져, 2015년 이후 가장 따뜻한 8년(2015~2022년) 중의 한 해로 기록했다. 이는 IPCC 6차 평가 보고서에서 추정한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1.09℃보다 높으며 장기적인 온난화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과 함께 2007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IPCC’의 보고서는 현 상황에서 지구의 기온이 1.6℃ 상승하면 생물의 18%가 멸종 위기에 놓이고 2.2℃ 상승하면 24%, 2.9℃ 높아지면 35%의 생물종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2020년을 기준으로 4000억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후 1.5℃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고 극단의 기후재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4000억t이라는 기준치 안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앨 고어 부통령이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린 것이 17년 전이다.
그동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사용되는 모든 에너지의 80%는 여전히 화석 연료에서 나오고 있고 대부분은 선진국이 발생시킨 것이다. 태양열이나 풍력, 조력, 수력, 지열 등을 이용한 발전은 비중도 효율도 낮다. 이제까지의 에너지 소비행태로는 위기를 면할 수 없다.
주범인 탄소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우선, 이런 열섬에 찌는 도시를 식히는 방법은 나무를 심는 것이다. 길가에, 지붕에, 울타리에도 나무나 덩굴을 심어야 한다. 여기에 장미 같은 꽃이 핀다면 더 아름답지 않은가? 옥상도 정원처럼 가꾸어야 한다.
미국 퍼듀 대학의 연구진은 황산바륨이라는 화합물을 나노입자로 고농축 시킨 백색 페인트를 개발했는데 태양 복사열을 95~98%나 반사하는 냉각 페인트라고 한다. 자동차나 비행기에 칠해도 무겁지 않은 제품이라 하니 벽이나 지붕, 도로에 칠하면 참 좋겠다.
위성에서 찍은 열 지도(heat map)를 보면 더운 곳과 시원한 곳을 알 수 있다. 공원이나 하천은 푸르게 보이고 온도가 낮은 곳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늘이나 녹지를 늘려야 한다. 파리는 공원과 숲에서 수영장과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파리 시민들이 피난처를 찾을 수 있는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계속 늘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해결책은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거나 돌덩어리로 굳히는 기술, 태양열, 지열, 풍력, 수력, 조력 발전 등 가능한 방법을 다 개발해야 한다. 그런데 당장에 열섬을 식히는 방법으로 푸르게 가꾸는 것보다 나은 게 있을까?
우리 손으로 한 포기, 한 그루를 심을 일이다. 푸른 잎(엽록소)은 그늘을 주고 따가운 햇볕을 받아 탄소를 먹고 산소를 주는 광합성 공장이다. 만물이 먹고사는 먹이사슬의 시발이 바로 잎파랑이(엽록소)인 것이다.
조기조(曺基祚 Kijo Cho),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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