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게임은 같은 건가, 다른 건가? 결론은 다른 거다. ‘오징어 놀이’와 ‘오징어 게임’이 전혀 다르니 말이다. 오징어 게임에 왜 오징어가 들어갔는지 모르겠고 cuttlefish의 squid와 calamary가 어찌 다르게 쓰이는지도 잘 모른다.
양파 링 같은 오징어 튀김은 미국의 이탈리안 식당에서 맛 본 적이 있다. 그냥 연탄불에 구우면 격한 냄새를 풍기며 오그려 드는 마른 오징어를 쭉쭉 찢어서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만 못하다. 생긴 대로 쪄서 먹는 숙회도 먹다보면 중독이 된다.
오징어는 ‘오적어(烏賊魚)’라는 어원에서 나왔단다. 믿긴 어렵다. 마치 죽은 시체처럼 수면에 떠서 새들을 유인하다가 특히나 까마귀가 쪼아 먹으러 오면 바다에 익사시켜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오징어는 기다란 두 다리를 총처럼 쏘아 다른 고기를 낚아채 침으로 녹여 먹는다. 그러니 바다에서 까마귀를 잡아먹어서 까마귀의 적, 오적어가 되었다는 말은 지어낸 말 같다.
어떤 슈퍼는 오늘, 15~20 cm의 120그램 정도인 생물 오징어 한 마리를 3,990원에 팔았다. 살아있으면 ‘총알 오징어’라 해서 물차에 담아 사람 많은 골목에서 즉석으로 회를 떠 주거나 산채로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수족관에도 많이 보인다. 이걸로 무와 함께 국을 끓이면 타우린이 우러나서 시원하고 후련하다. 다리 길이를 포함해서 10센치 정도인 새끼 꼴뚜기는 날것을 한입에 넣고 먹는다.
싱싱해야 하니 겨울이나 이른 봄, 항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안 그러면 익혀서 숙회로 먹어도 좋다. 어물전 망신을 시키는 인물이라지만 귀하신 보양식이다. 작은 비닐 조각 같은 뼈아닌 뼈가 있다. 삼켜도 되지만 씹히면 뱉으면 된다.
내장을 뺀 오징어 몸통에 야채와 쇠고기를 다져 넣고 찌면 오징어순대가 된다. 귀하고 맛있는 영양식이다. 마른 오징어는 20마리가 한 축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5마리 정도로 소포장을 해서 판다. 마른 오징어를 오래 씹어 먹으면 턱의 악력과 근육을 발달시키고 뇌를 자극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질기고 딱딱한 것을 씹지 않아 요즈음 아이들의 얼굴이 길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마른 오징어를 채로 썰어 파는데 양념을 잘 해서 무쳐 도시락 반찬으로 많이 썼다. 오징어 요리 중에 ‘오삼불고기’가 인기다. 동해안에서 오징어와 삼겹살을 고추장에 버무려 불고기로 먹는 겨울철의 별미지만 사철 내내 팔리고 있다.
다리가 세 개라서 세발 낙지인줄로 알지만 낙지라는 옥토퍼스(octopus)는 8이라는 접두사 oct 처럼 8개의 다리가 있다. 그런데 오징어는 다리가 10개다. 8개라는 사람도 있지만 세어보면 10개가 맞다. 갑오징어가 귀하다. 뼈 같은 갑 오징어의 갑은 단단하지가 않아서 긁으면 부드러운 가루가 된다.
그걸 베인 상처에 지혈제로 쓰기도 했으나 효과는 잘 모르겠다. 주성분이 탄산칼슘이라 피의 응고를 돕는 효과가 있다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약이 좋아서 그런 걸 쓰라하면 놀라서 펄쩍 뛰지 싶다.
집어등을 낮 같이 밝히고 파도에 시달리며 밤새 조업을 마친 오징어잡이 배가 항구에 닿으면 그때부터 장터도 분주해진다. 오징어의 내장을 제거하는 할복은 중요하다. 먹물이나 내장은 말려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제거하는 것이다. 그 다음, ‘대죽’에 오징어를 꿰고 세척하기까지 세 번의 사람 손을 거친다.
건조장에서는 오징어를 말리는 작업이 계속된다. 일일이 열 개의 다리를 손으로 떼어주고, 지느러미를 뒤집는 것도 손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약간 마른 피데기가 되면 건조기를 돌려 열풍 건조시킨다. 건조시킬 때 비오면 안 좋다. 잘 말라 선명한 색상이 드러나야 상품이 된다.
오징어가 풍년이면 딸 시집을 보내리라는 노래가 정겹다.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본 3D 영화는 해저의 생물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큰 어미 오징어들이 낳은 알은 껍질을 깐 바나나 같은 모습으로 떠다니다 서서히 해저로 가라앉았다.
명란처럼 수천수만의 알(卵) 덩어리 이다. 이게 부화해서 생명으로 자라지만 다른 개체들에게 먹히는 것이 더 많다. 그러니 알을 많이 낳는 것이다.
나는 자라면서 마당에서 흙 묻히고 친구들과 밀고 당기며 어울려 놀았다. 자치기, 딱지치기, 제기차기, 말 타기 등을 했었고 술래잡기, 공깃돌 놀이, 고무줄놀이, 땅 따먹기 놀이는 여학생들이 즐겨했다. 그런데 ‘오징어 놀이’라고 있었다. ‘오징어 게임’이 아니다.
말려 편 오징어 같은 모습을 땅에 긋고 두 편으로 갈라 안과 밖이 지키고 막는 힘겨루기를 하는 놀이였다. 남의 영역에서는 깨금발로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공격팀이 다리를 건너면 두발로 수비팀의 집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 다리를 지키느라 심한 몸싸움을 하고 흙바닥에 넘어져도 좋은 즐거운 놀이였다.
그런데 순식간에 기하급수적으로 퍼져 온 누리를 뒤덮은 ‘오징어 게임’은 정작 나만 모르고 있었다. 입소문이 무섭다. 팬데믹에 언택트(untact: 비대면)하라하니 언팩트(unfact; 꾸민 이야기)가 뜨고 있다. 오늘도 ‘오징어 놀이’는 없고 대신 ‘오징어 게임’이다.
조기조(曺基祚 Kijo Cho),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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