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세상은 말세라고 하는 말이 있었더랬다. 그게 몇 천 년 전에도 있었던가 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좋은 날이 지금, 오늘이듯이 세상에서 가장 걱정 많고 할 일 많은 때도 오늘, 올해, 이번 정부이다.
새로 대통령이 뽑히면 패자는 승복하고 승자는 포용해야 한다.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어도 당선자를 존중하고 협조해야 한다. 국론을 통합하는 길이 그것이라고 너도 나도 말한다. 옳은 말이다. 그래선지 개표가 다 끝나기도 전에 패자는 쿨하게 승복하고 축하하며 떠났다. 승자가 포용하는 일만 남았다.
당선자는 겨우 0.73%를 더 얻었다. 패자와 그 지지자들은 애석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20대 대통령이지만 사람으로는 13번째라고 한다. 정말 뜻밖의 인물이 혜성같이 등장해 대통령이 되었다.
아마 본인도 그 운명을 몰랐을 것이다. 부하직원이라고 우습게 여기던 사람들은 민망하고 거북스러울 것이다. 만사는 새옹지마라 했기에 당선자에게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길지 걱정이다. 또 염려스런 일은 여전히 거대 다수인 여당이 협조를 잘 해 줄까 하는 의문이다.
시민들은 수준이 높다. 발목을 잡고 다리를 걸면 총선에서 심판을 할 것이다. 당선자와 인수위원들도 공약을 재고해야 한다. 표를 얻기 위해 내건 공약이라면 재검토하고 보완하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의 여건은 특이하다. 1900년을 전후해 조선을 거저먹으려고 청•일•러가 우리 땅과 근해에서 전쟁을 일으켰다. 불과 120~140년 전이다. 기술이 있었을 때는 지켜냈지만 국력이 약해서 당한 고통은 피와 눈물, 목숨이었다. 많이도 죽었다.
청일전쟁이 일어나기 10년 전인 1885년, 영국은 3척의 동양 함대를 파견하여 거문도를 불법 점령하였다. 여수에서 멀리 떨어진 거문도는 큰 학자가 난다해서 거문(巨文)섬이지만 러시아가 남동진하여 해양세력을 확대하려고 하자 영국이 견제하려고 점거한 것이었다.
아관파천(俄館播遷)은 청일전쟁에 이긴 일본이 기고만장해지자 이듬해에 고종과 세자가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 제국 공사관으로 피신한 부끄러운 역사다. 후에 러일전쟁에서 일본에 졌지만 당시 러시아는 막강한 세력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을 보며 나는 섬뜩하고 몸서리 쳐지는데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 건너 불구경 할 일인가….
기술이 패권을 주도하니 첨단기술이라야만 나라를 지키고 먹고살 수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바이러스 치료약 개발에 집중지원하면 어떨까. 그리되면 치료하고 수출해서 돈도 벌고! 잘 나가던 원자력이 탈원전 5년에 뒷걸음을 쳤다. 전혀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선은 그것이라야 많은 문제를 해결한다.
당장은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방법이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 아닌가. 유가와 전기료 폭탄을 어찌할까 싶다. 대통령이 잘 몰랐거나 오판했다고 해도 책임은 져야 한다. 알지만 공약이라 밀고 나갔다면 참 나쁜 사람이다. 속였으면 더 나쁘고.
싸드 배치로 중국의 고약한 성질을 잘 보았다. 싸드 같은 것을 우리 스스로 개발했더라면 문제없었을 것 아닌가? 새 정부에 부탁한다. 원자력 잠수함을 시작하라. 탄두중량 2톤이 넘고 중국과 러시아 전역을 도달하고도 남을 미사일을 개발하라.
지금의 해군 병력을 늘이지 않고도 운용할 수 있도록 자동화된 한국형 항모를 개발하라. 강력한 드론도 필요하다. 해킹에 대비한 전문가를 특별히 많이 양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정말로 필요한 사이버 전사들이다. 군사정보뿐만 아니라 산업기술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정지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왜 못하겠는가? 과도한 복지지출보다 이런 데에 돈을 쓰고 개발한 것은 또 수출하면 된다. 핵무기를 개발하자는 소리는 목구멍을 밀고 오지만 차마 못하겠다. 여차하면 개발할 수 있도록 다른 준비를 다하면 좋겠다. 우리가 자주국방을 한다는데 누가 무슨 소리를 하겠는가?
3월 20일 11시에 대통령 당선자는 청와대 대신에 용산의 국방부 청사를 고쳐서 집무실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전에 이미 5천억이나 1조는 들것이라며 혈세 낭비라는 반대여론이 돌았다. 경호실과 비서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포함해서 고치고 이사하는데 드는 비용으로 기획재정부가 500억이면 된단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의 구조와 폐단을 잘 알고 현직 대통령도 여당후보도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했고, 못한 일이다. 미군이 비운 용산을 백악관처럼 공원으로 삼아 시민들과 가까이 하는 공간으로 하겠단다.
여당은 반대하고 나섰다. 안 되는 이유는 많고 일리도 있다. 시간적으로도 촉박하다. 그러나 결국에 이전할 것이고 취임식은 청와대도 용산도 아닌 제 3의 장소에서 하게 생겼다. 모양 사납다. 보자하니 화합과 결집은 사전에서나 있는 말 같다.
서로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모양이다. 그래, ‘내로남불’은 우리에게 기막힌 명언이다. 어쩌면 좋을까요?지난 선거에서 내가 찍은 사람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대 실망이다.
임기말에 레임덕이 없고 지지율이 40%를 웃돈다는데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가족의 비리가 없다는 점 말고는 잘 한 일을 찾지 못하겠다.
이번 선거에도 내가 찍은 사람이 당선되었다. 미리 말하지만 다음 선거에는 또 야당후보를 찍을 생각이다. 물은 자주 갈아야 한다. 안 그러면 썩는다. 다만 새 대통령과 여당이 80점을 넘으면 계속 지지할 것이다. 기준을 좀 높였다.
“끝”
조기조(曺基祚 Kijo Cho),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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