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놓고 보면 섬나라 영국의 아래쪽에 프랑스가 있다. 프랑스의 오른 쪽으로 위에 독일이, 아래에 오스트리아가 있고 그 밑에 이탈리아가 반도로 길게 뻗어 있다. 독일의 바로 오른쪽에 폴란드가 있다.
폴란드의 오른쪽 위에 벨라루스가 있고 오른쪽 아래에 우크라이나가 있다. 벨라루스는 친러 국가이다.
벨라루스 아래에 있고 흑해 위에 있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먹고 싶고 또 먹어야 할(?) 땅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이 재앙이 되었다.
1772년에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의 영토를 프로이센 왕국(독일)•러시아 제국•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의 세 나라가 나누어 먹었다.
바로 일제에 먹힌 우리와 너무 닮았다. 그 후, 또 1939년 9월에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련이 폴란드를 침공하여 나눠먹었다. 독•소 두 나라는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
이 시기에 3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들을 포함하여 600만 명이나 되는 폴란드인들을 무참히 죽였다. 폴란드 망명정부도 대단했다. 폴란드는 힘이 있어야 산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만든 국가(國歌)가 “폴란드는 아직 죽지 않았다.”이다.
1895년 10월 8일, 을미사변으로 조선 국민의 대일 감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나 전국이 소란해지자 러시아 공사 베베르는 공사관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병(水兵) 백 명을 한양으로 데려왔다.
베베르는 이듬해 2월 11일, 고종의 거처를 지금의 정동(貞洞)에 있는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겼다. 고종은 1년 넘게 거기에 있었다. 이게 아관파천(俄館播遷)이다. 을미사변이란 일본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이다. 명성황후는 대원군과의 갈등으로 일제에 당한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가 무엇일까? 우크라이나는 한때 러시아와 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가 욕심이 난다. 농사가 잘 되는 흑토지대가 그렇고 아조프해에서 흑해로 드나드는 길목, 그름반도는 물류의 요지다.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인 2014 동계올림픽이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가운데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접수해버렸다. 이 일로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관계가 험악해 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에 가입하기 전에 잡아먹고 싶은 것이다. 나토는 한 회원국이 침략을 당하면 전 회원국이 함께 대응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에 주둔한 나토군과 바로 국경을 맞대는 것은 불편하고 불안한 것이다.
폴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쓰던 무기를 다 넘겨주고 돕는다. 폴란드는 우리 한국산 신무기를 도입하고 있다. 무기를 사는 것뿐만 아니라 자국에 제조 공장을 만들어 유럽의 공급기지로 삼겠다고 나섰다.
우리나라가 폴란드와 방산무기 수출을 하기로 하고는 이어서 우크라이나의 재건에도 참여하려 한다. 수많은 건설업체들이 국내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다.
해외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를 복구하고 재건하는 일은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다. 폐허가 된 나라를 돕고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6•25의 빚을 갚는 일이기도 하다. 힘으로 이웃을 침공하는 나라가 번듯이 살아남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러시아를 굴복시키지 않으면 대만이나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 다음 목표가 되지 않겠는가?
7월 27일이 전승절이라며 북한에서는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패퇴하고 잔당(빨치산)들은 지리산으로 숨어들고는 마지못해 휴전했는데 어찌 전승절인가?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관료를 불러 함께 손을 잡고 꿍꿍이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가진 북한이 누구를 주적으로 삼겠는가?
우크라이나, 대만, 폴란드와 우리는 같은 처지다. 구두를 번쩍번쩍하게 닦는 광약, 폴리시(Polish)는 폴란드 말과 폴란드 사람을 말한다. 강대국들에 빼앗기고 먹혀도 망명정부를 세우고, 600만 명이 죽어도 우리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저항한 폴리시들이 그 이름에 맞게 빛이 난다.
대한민국의 능력을 제대로 알고 믿어주는 그들이 고맙다. 눈물이 아니라 피에 젖은 빵을 먹어본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든든하다. “연대의 정신으로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나가자!” 하고 한•폴 두 대통령이 함께 외쳤단다. 솔리다르노시치(Solidarność)!
조기조(曺基祚 Kijo Cho),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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