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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Weekly Korea EDIT

[조기조의 세상속으로] 김치예찬


김치 없이 살 수 있겠는가? 나는 쌀밥에 젓갈과 김치면 진수성찬이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 김칫국을 마시지는 않지만 그냥 김칫국을 즐겨 마시는 사람이다. 김칫국에 밥을 비벼먹기도 한다. 속도를 줄이며 플랫폼으로 들어서는 기차에서 내릴 짐을 챙기듯이 연말을 맞아 챙기는 일에 김장이 들어있다.


배추의 겉잎과 뿌리를 잘라내고 씻은 뒤 반으로 쪼개거나 밑동에 십자로 칼금을 넣어 소금물로 간이 되게 10시간 정도 두는 것이다. 잘 절여지면 헹구어 물기를 빼고는 준비한 소를 넣고 버무리는 것이다. 고춧가루, 마늘, 젓국이나 다른 여러 가지 원하는 재료를 골라 넣을 수가 있다. 작은 생선이나 심지어 돼지고기를 넣기도 하니 입맛에 맞추어 다양하게 시도해 볼 일이다.

초겨울 들면 큰 과제가 김장이었다. 연탄을 가득 들여놓고 김장을 끝내면 겨울나기가 든든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전제품이 널리 보급되기 전의 일이다. 김장은 ‘침장(沈藏)’에서 유래했다 하고, 김치도 침채(沈菜)에서 출발하여 딤채→김채→김치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무나 배추를 다듬어 씻고 절이기 위해 천일염을 큰 그릇에 저어 녹이고, 소의 주재료인 고추를 말려 고춧가루를 빻는 일 부터서가 예삿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많은 김장을 하지도 않거니와 절인 배추와 양념을 사다가 버무리면 되는, ‘식은 죽 먹기’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권오길 교수는 김치가 제 맛을 내려면 배추가 다섯 번 죽어야 한다고 했다. 배추가 땅에서 뽑힐 때 한 번 죽고, 통배추의 배가 갈라지면서, 짠 소금에 절여지면서, 매운 고춧가루와 짠 젓갈에 범벅이 되어서, 또 항아리에 처박혀 땅에 파묻혀 죽어야 비로소 김치로 태어난단다. 김치는 배추나 무로 담지만 재료는 열무, 부추, 양배추, 갓, 파, 고들빼기, 씀바귀 등 70가지가 넘는단다. 나는 고들빼기김치를 좋아한다. 며칠을 물에 담가 쓴 맛을 우려내고 담그지만 감미료를 넣지 않으면 여전히 써서 입맛이 돌아온다, 잎에 털 가시가 보송보송한 진보라색 갓김치는 톡 쏘는 맛이 좋다.


김칫국물이 보라색으로 우러나 예술 같은 김치이지만 재래종 갓을 구하기 어려우니 귀하디귀한 몸이다. 여수 돌산 갓김치의 갓과는 다른 토종이다. 냄비에 김치를 적당히 썰어 넣고 콩나물을 한 움큼 얹어 끓여 김칫국을 만들어보자. 술 먹은 다음날 해장국으로 일품이다. 프라이팬에 김치를 썰어 넣은 뒤 고추장과 참기름을 약간 넣고 밥을 볶아보라.

쇠고기를 조금 넣으면 일품요리다. 김치를 썰어 밀가루와 버무려 식용유로 달군 프라이팬에 한 주걱 떠서 펴고 익히면 바로 김치전이다. 김치와 콩나물을 넣어 끓인 국에 식은 밥을 넣고 더 끓이면 김치국밥이다. 어릴 때 즐겨 먹었다.

김치가 만능이다. 추운 겨울에 푸른 야채를 얻기 힘든 옛날, 오래두고 먹으려면 말리거나 얼리거나 절여두어야 했다. 쉬운 것이 말리고 절이는 것, 그래서 절여 만드는 김장이 생겨난 것이다. 2020년 11월 29일 중국은 ISO의 승인을 받아 중국의 김치 제조 방식을 ‘국제 표준’으로 삼았단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중국 김치가 국제 김치 시장의 기준이 되었다”며 “한국은 굴욕을 당했다”고 자랑인지 조롱인지 지껄였다.

어이없다. 사실, 우리 김치의 식품 규격은 2001년 UN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회원국들이 이미 국제 표준으로 정하였다. BBC는 “중국이 한국의 신성한 음식인 김치와 관련해 국제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오보”라고 하였다. 덧붙여 중국이 김치와 동일시하는 파오차이(pao cai)는 엄연히 김치와는 다른 음식이라고 지적했다. ISO는 이번 발표에서 ‘김치와 파오차이가 다른 음식이라서 이 식품 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이참에 중국에서 김치를 김치라 부르지 않고 한국식 파오차이라고 하는 것을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유산균이 가득해 면역력을 높여주는 우리 김치는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라는 제하에 2013년,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가족이 함께 모여 김장을 마치면 쌀밥에 삶은 돼지수육을 김치 찢어 먹는다. 그 맛에 가족이다. 이웃과는 품앗이를 하거나 김장김치를 나누는 넉넉함이 있었다. 이웃사촌이 아니던가.

그래서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로 김장을 설명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유효하다하고 또 건강식품이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목하고 있으니 적절한 스토리텔링으로 알려 세계인이 다 먹고 건강해지면 좋겠다. ‘대장금’이라도 활용했더라면 널리 뜨지 않았을까? BTS가 김치를 노래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인이 서른 번을 하면 할머니가 된다는 김장이라 하니 애잔해서 오늘 수라상(水刺床)은 쌀밥에 God kimchi로 해야겠다.


조기조(曺基祚 Kijo Cho),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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