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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Weekly Korea EDIT

[위클리탐방] 지구의 끝에서 희망을 말하다-예명원, 한국차 중정(中正)이 되어 우리 마음 적시기를...


버켄헤드 도서관 다례시연 모습. 김미라 원장(가운데)


다도문화 단체 ‘예명원’의 김미라 원장을 만나러 가는 중에 엉뚱하게도 왕가위 감독의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Buenos Aires Zero Degree/2000)’에서 아휘(양조휘)가 보영(장국영)을 만나러 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뉴질랜드와 아르헨티나는 지구의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한테는 지구의 끝이라는 선입감을 준다. 영화에서 아휘는 그렇게 사랑을 찾아서 지구의 반바퀴를 돌아 육지의 끝으로 달려왔다. 과연 두 연인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그를 만나 은빛고사리 모양이 선명하게 떠있는 플랫화이트를 마시며 약 2시간에 걸쳐 그녀가 한 평생 추구해온 차에 대한 그의 철학과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인 차와 얽힌 얘기를 나눴다.


그가 속한 예명원 뉴질랜드지부 회원들이 각종 문화 행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 단지 잠시간의 공연처럼 ‘한국 전통문화 전파’쯤으로 오해되기 쉽다. 하지만 이들이 땅끝나라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는 이유가 그닥 가볍지만은 않다. 이에 대한 대답 역시 쉽지 않다.

예명원 본원의 취지문을 빌면 ‘물질문명 중심의 현대사회가 낳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전통예절을 전파한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김 원장은 중국의 다예(Art), 일본의 다도(道)와 구별되게 우리의 것을 다례라고 칭한다. 여기서 ‘예(禮)’란 인정을 중시하고, 도리를 충실히 하며, 도덕을 근본으로 여기는 정신과 행동이다. 사실 얘기를 듣는 동안 여러 차례 다례와 관련된 불교, 도가, 선사상에 관한 그의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 들었던 ‘한국 전통차 마시는 행위’는 하나의 철학적인 체계이고, 거기에는 전체 인류에 대한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플랫화이트 한잔으로 입을 적시며 몰입하다 보니 당(Glucose)이 보충돼야 해서 대추가 박힌 스콘을 주문했다. 이제 접시 위에 놓인 데이트 스콘도 표정을 바꿔가며 흥미진진한 얘기를 듣는다.


김 원장이 설명하는 다례는 다분히 동양적인 일원론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서구의 철학은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는 이원론적인 사고로 자연은 인간이 행위를 가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반면에 동양적 사상에서는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일 뿐이다.


다례는 이를 기반으로 차와 인간이 하나가 되는 경지를 말한다. 즉 맑은 정신과 단정한 몸가짐이 곧 차를 통해서 반영된다는 것이다. 차를 실제로 담는 그릇들뿐만 아니라 이를 옮기는 인간 역시 다기이다. 예명원 회원들은 주기적으로 명상과 전통악기를 배우는 등 평소 수련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는다.


한국차의 정신을 한마디로 ‘중정’이라 표현했다. 가운데 중(中)자에 바를 정(正)자이다. 색, 맛, 향에 있어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차의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서양의 차는 물론이거니와 중국, 일본 차와 비교해서도 한국 차는 유난히 맑은 차임을 자랑한다.

깨끗한 몸과 바른 마음가짐으로 다려낸 이유이다.


여기서 잠깐 평소에 궁금했던 영국의 차문화에 대한 견해를 물어봤다. 영국차는 한국의 그것과 반대의 지점에 있다. 우선 색, 향, 미에 있어서 강하다. 그것도 모자라서 우유와 설탕을 더한다. 외형적인 것과 더불어서 내면적인 정신도 그렇다. 영국차는 상류층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산업혁명의 종주국답게 노동자들에 의해 대중화됐다. 마치 우리의 ‘새참’처럼 노동 중에 힘을 얻기 위해 진하게 우려 우유를 더하고 두꺼운 비스킷과 함께 마신다. 그러니 같은 Tea지만 토양과 발효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나오듯, 담는 정신에 따라서도 완전히 다른 외형과 그에 따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의 마지막 장면이다.

위도 0도, 지구 땅끝까지 사랑을 찾아 보영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마침내 도착한다.

하지만 그가 목격한 것은 도시의 이름과는 반대로 마치 인류사회의 종말을 보는 듯한 암울한 장소이다. 그곳에서 먼 옛날 이민자들의 비애가 느껴지는 탱고공연이 시작되고 두 연인은 운명처럼 다시 만난다.


미래는 분명히 암담하지만 그들은 기필코 만났고, 사랑을 시작한다.

또 다른 지구 땅끝 나라 뉴질랜드, 인류가 온갖 문명의 실험을 끝낸 후에 마지막 개척한 신천지, 지구상의 마지막 파라다이스,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될까?


일전에 호주산불로 인한 주홍색 하늘을 경험했듯이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크라이스트처치 참사에서 목격했듯이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부터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앞으로도 인간의 탐욕과 편견에 기인한 지구촌의 위협은 계속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굴복할 수 없는 것은 이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와 미래 세대의 존망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예명원 회원들이 버켄헤드 도서관에서 옷매무시를 단정하게 하고 생면부지의 현지인들이 보는 앞에서 맑은 차를 다려낸다. 그들이 지역커뮤니티를 순회하며 주기적으로 갖는 프로그램이다.


목례를 하고 정성스레 다린 차를 공손히 건네니, 이를 전해 받는 금발의 모녀도, 은발이 성성한 키위 할아버지도 공손히 목례를 하며 숙연해진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아름다움이다! 키위 할아버지는 그냥 떠나기가 뭔가 아쉬우셨는지, 인사를 건네자 곧장 다가와서는 묻지도 않은 많은 얘기를 쏟아낸다. 할아버지는 본인을 동양문화와 명상에 심취에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중국, 일본 커뮤니티를 비롯한 많은 아시안 문화행사에 체험했는데, 이번 행사처럼 정성으로 준비한 행사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다도행위 전체가 마치 명상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이 느낌은 단지 그 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 했던 한국인, 키위, 일본인, 마오리, 인도인 할 것 없이 통했을 것이다.


회원들의 외침은 작고 드러나지 않고 연약해 보인다. 하지만 작은 물방울이 오랜 세월을 거쳐서 거대한 바위를 뚫듯이, 그녀들이 다려내는 맑은 차가 병든 우리 인류의 마음을 적시기를 기원해 본다.


한편 사단법인 예명원은 지난 1976년 성균관대학교 부설 전통예절교육기관으로 창설됐고, 2013년 김미라 원장이 한국의 다도경연대회에서 대상(문체부장관상)을 수상, 2014년 이곳 뉴질랜드에 지부를 설립했다.


현재 예명원 뉴질랜드지부는 다도중심의 교육으로 현지사회에서 한국의 전통예절과 다도문화 보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



예명원 뉴질랜드지부 활동(2019년)

△1월 교민 신년 하례(차시음)

△2월 하이웰 경로잔치(차시음)/ Takapuna Library(다례 시연 및 시음)

△3월 삼일절(차시음)/ Korean Day(다례 시연)

△4월 임시정부수립 1백주년 기념(차시음)

△6월 Waitakere병원 교회 신축(문화 소개, 다례 시연 및 시음)

/ Takapuna Library(다례 시연 및 시음) / 이문재 시인 강연(차시음)

△8월 광복절(차시음)/ Takapuna Library(다례 시연 및 시음)

/ Te Manawa Library(문화 소개, 다례 시연 및 시음)

△9월 North Shore Hospital 추석(다례 시연 및 시음)/ Waitakere Hospital 추석(다례 시연 및 시음)

/ 뉴질랜드 한국교육원 한국어말하기대회(다례 시연 및 시음)

△10월 개천절(차시음)/ 영사관 주최 한복쇼(다례 시연 및 시음)/ 박세준 피아니스트 독주회(차시음) △11월 Takapuna Library(다례 시연 및 시음)/ 오클랜드대학 한국 문화체험(다례 시연 및 시음)에

참여, 다도문화 행사를 선보였다.


예명원 뉴질랜드지부 활동(2020년)

△1월 전북대학교 국악팀 초청 연주회(차시음)/ City Central Library(문화 소개, 다례 시연 및 시음)

△2월 Albert Library(문화 소개, 다례 시연 및 시음)/ Birkenhead Library(문화 소개, 다례 시연 및 시음)

/ 오클랜드대학 교사 교육프로그램(문화 체험, 규방다례, 다식 만들기 체험)을 벌이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진제공 오상국, 벨라한

위클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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