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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Weekly Korea EDIT

[위클리세상터치] 방역 모범국의 백일천하

최종 수정일: 2020년 8월 16일


지난 9일 뉴질랜드는 지역사회 감염자가 사라진 ‘1백일 잔치’ 날이었다. BBC 등 세계 유수의 언론은 ‘뉴질랜드=방역 모범국’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Jacinda Ardern 총리도 춤을 췄을 정도였다고 알려졌으니 기분 좋은 하루가 분명했다. 전세계인들은 뉴질랜드, 아니 Ardern 총리를 다시 한번 리더십이 뛰어난 ‘스타 총리’로 칭송하기 바빴다. 불과 이틀 후 벌어질 지역사회 감염사태를 전혀 깨닫지 못한 채로 말이다.

지역사회 감염 사례는 11일 오클랜드에서 터졌다. 일가족 4명이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사흘간의 봉쇄령도 함께 내려졌다. 13일에는 확진자 가족과 가까웠던 Mt Albert Grammar 고등학생도 양성반응을 보였다. 감염경로에 대한 추적조사에도 아직까지 감염원은 오리무중이다. 경제학자들은 사흘간의 봉쇄가 기업들에게 치명적일 것이라며 느닷없이 오클랜드 25만개 일자리가 없어져 버렸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Ardern 총리는 “전파되는 사슬을 끊기 위해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코로나19를 근절하고 확산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긴장감이 감도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코로나19에 관한 한 Ardern의 분신이라 해도 무리수 없는 Ashley Bloomfield도 이제서야 비로소 “오클랜드에서 마스크 사용을 권장한다”면서 “지금 우리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공중보건 메시지를 준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럭 겁이 났던 것일까. 적어도 그날은 여태껏 코로나19를 박멸했다며 기고만장하던 Ardern 정부의 브리핑과는 사뭇 달랐다. Ardern 총리는 “총선은 레벨 2에서도 치러질 수 있고 11월21일 이전으로 변경될 수도 있다”며 “다른 나라들도 코로나19 속에서 선거를 치렀다”고 에둘러대기도 했다.

애당초 뉴질랜드는 코로나19 박멸을 위한 시건장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을 이용한 공격적인 접촉자 추적방식을 활용할 수가 없었다. 즉, CCTV 영상과 여행이나 의료기록, 신용카드 거래정보 등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추적앱을 활용해야 하는데도 방법이 없었다.

고작 취할 수 있었던 건 국경봉쇄나 록다운 등의 물리적 조치뿐이었고, 정부당국이 관리하는 접촉자 추적 방식에만 의존했다. 결국 확진자 본인이 제공한 정보와 영업장소의 보관 기록에만 기대여야 했다. 온통 허점투성이였다.

Ardern 정부는 물리적 방법밖에 고수할 수 없는지에 대한 배경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뉴질랜드 의료시스템의 한계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아닌 밤에 홍두깨처럼 느닷없이 발현된 코로나19가 9·19 총선에 호재일 뿐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노동당의 선거 캠페인이 '코로나19'라는 사실을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국민보호와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건 허울좋은 명분이었다. 코로나19 발병과 봉쇄작전은 2기집권을 향한 디딤돌이었다.

속사정을 알 리 없는 국민들은 Ardern 총리를 하늘처럼 떠받들고 그저 정부가 하는 일이면 만사형통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뉴질랜드 내부사정을 모르는 세계 언론마저 연일 Ardern 정부를 찬양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오클랜드 대학병원 중환자실의 한 스텝진은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시스템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며 “만약 확진자가 밀려드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대부분의 환자는 그냥 사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실토했다.


Ardern 정부와 달리 Scott Morrison 정부는 그나마 “호주 의료시스템이 코로나19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국경봉쇄나 록다운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밝힌 바 있다.

Te Punaha Matatini 연구단체의 Shaun Hendy 교수는 컴퓨터 모델링 작업을 한 결과, 오클랜드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24건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는 “이 전염병이 어떻게 특정한 가족으로 퍼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분명히 다른 전염 사슬이 존재하고 있다”며 “늦게 감지할수록 잠재적인 전염병은 훨씬 커진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0일 오클랜드에서 NZ 103편으로 시드니에 도착한 여성이 양성판정을 받았던 케이스나 같은 달 21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싱가포르를 경유, 22일 한국에 도착한 여성이 양성으로 나타난 케이스 역시 감염원이 밝혀지지 않아 미궁 속으로 빠져든 상태다.

아니나 다를까, Ardern 정부는 뉴질랜드 감염을 일축해 버렸다. 최근 뉴질랜드에서 일본으로 여행한 한 여성도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채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번에 나타난 일가족 4명과 고등학생 케이스를 놓고 볼 때도 사실 지역사회 감염은 발견되지 않았을 뿐, 상존해 있던 바이러스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출현했다는 표현이 훨씬 적절할 듯싶다.

Ardern 정부는 얼토당토않은 추측을 퍼뜨린다며 손사래를 칠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바라고 뜻한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직시하면서 개선책 마련에 성심을 다해야 한다. 다가오는 총선이 눈앞에 있을지라도 정치적 야욕을 배제한 채로 솔직 담백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백신이 보급되기 전까지는 2차 유행뿐 아니라 3~4차 유행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전제아래서 말이다. 그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의 철저, 그리고 국경 통제 및 접촉자 추적조치 등이 함께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현재 호주 빅토리아주의 지역사회 감염으로 분류한 사례들을 보면 며칠 또는 몇 주간 접촉자 추적에 나서고 있는데도 이미 알려진 사례와 연관되지 않거나 감염원을 찾을 수 없는 사례들이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케이스가 계속 증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다수의 접촉자 추적조사가 감염원을 밝혀내지 못한 채 종료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최근 뉴질랜드 통계청이 발표한 2/4분기 실업률도 상식 밖의 수치를 제공, 어리둥절케 했다. 코로나19 폐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실업률이 4.2%에서 4%로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호주 ABC방송은 이 같은 수치와 관련, Citi은행 Josh Williamson 경제학자의 분석을 인용, 실업수치를 측정하는 방식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은 2/4분기 동안 노동력을 상실한 뉴질랜더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인 1만7천명이 제외되고 2/4분기 초 임금보조금 제도와 맞물리면서 노동 참여율은 70.5%에서 69.7%로 낮아져 실업률이 인위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그는 뉴질랜드의 6월말 기준 실업률이 4.9%로 보는 게 진실에 가까운 지표라고 주장했다.

호주 ANZ은행 Liz Kendall 선임 경제학자도 “뉴질랜드 실업률 데이터는 측정문제로 노동시장에 만연됐던 약점을 크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올 연말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9%로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rdern 정부가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투명성이다. 투명한 정부는 설혹 실정이나 실책이 발견되더라도 이해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제발 이제라도 말없는 국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부로 탈바꿈하면 정말 좋겠다.


김봉일, 위클리코리아 전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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