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벌써 보름이나 훌쩍 지나 버렸다. 눈을 떴다 하면 하루가 금새 지나가는 경험이야 다들 느껴오던 거라지만 올핸 유난히 그 속도가 화살촉같이 빠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짐했던 소망과 꿈이 어느새 시들해진 꽃잎처럼, 빛 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져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앞선다.‘이래선 안돼! 올해마저 여느 해와 똑같이 그냥 흘려 보내선 안돼…’ 마음속으로 곱씹으며 되뇌어 보지만 그게 마음과 뜻같이 쉽게 되지 않는 일상이 흐르고 있다.
2020년 뉴질랜드 정치 경제상황도 그리 녹록한 분위기는 아닌 듯싶다. 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들을 접하면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난해보다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각종 경제지표는 긍정보다는 부정으로 무겁게 다가오고, 총선을 9개월여 앞둔 뉴질랜드 정치상황도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예측불허다. 노동당이 수성하든, 국민당이 탈환하든 불확실한 경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4/4분기 뉴질랜드경제연구소(NZIER)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26%가 비관적인 답변을 토해냈다. 이는 3/4분기 35%보다 감소한 수치지만 비즈니스확신지수는 지난해 7월 이후 10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정계의 분위기는 어떤가. 정치인들은 올해 총선 정국을 겨냥, 전.중반기 모두 유권자의 표심 잡기에만 혈안이 돼있다. 국민들 기대수준에 맞는 새롭고 참신한 공약(公約)은 그림의 떡일 뿐, 공약(空約) 남발의 가능성이 짙어만 가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 2017년 총선 정국에서의 Jacinda Ardern 공약이었다. 당시 그는 △양도소득세 도입 △이민자 허용인원 연간 7만명에서 3만명으로 축소 △주택 10만호 KiwiBuild 건설프로젝트 △공항까지 경전철 건설 △해외유학생 이민 승인 규제 △외국인 주택매입 금지 등의 주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Ardern 총리가 집권 마지막 해인 현재까지 선거공약을 지킨 건‘외국인 주택매입 금지법안’을 통과시킨 것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실패했거나 건드리지도 못한 그야말로 공약(空約)이었다. 예컨대, 이민자 3만명 선언은 5만명 수준으로 늘어났고, 환심을 산 KiwiBuild 프로젝트는 아예 실패로 끝났으며, 경전철 건설은 논의만 거쳤을 뿐 진전조차 없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지난해 논란을 빚었던 양도소득세 도입문제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사실을 입증시켜 줬다. Ardern 총리는 국민적 저항이 거세지자 2020 총선을 의식한 탓인지 총선 이후로 세금정책을 미루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일부 집주인들만 양도소득세가 도입될 경우 세금폭탄을 맞을 것이라며 서둘러 재산을 처분하면서 손해를 감수했거나 곤경에 빠져 버렸다.
이를 두고 Brice Edwards 오타고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정치분석가는“양도소득세에 대한 애매모호한 기준을 점검하지 않은 채 시행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면서“정부의 투명한 세금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또 해외유학생 이민 규제정책의 경우도 유학생 유입을 초장부터 막아버렸고, 거주하던 유학생들마저 빠져나가도록 만들어버려 현재는 연간 14억불에 달하던 유학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노동당 정부의 실책을 알아차렸는지 지난해 11월말 1 News Colmar Brunton 여론조사에서의 정당지지율은 △국민당 46% △노동당 39% △녹색당 7% △NZ First당 4% △Act당 2% △마오리당 1% △기회당 1% △신보수당 1%로 집계됐다. 총 의석수 1백20석 가운데 △국민당 59석 △노동당 50석 △녹색당 9석 △Act당이 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향후 1년 이후 경제전망과 관련해서는 좋아질 거라는 응답이 36%, 나빠질 것이라는 답변이 35%로 비등한 수준을 보였다. 국민당 정권이었던 2017년 2월에는 경제전망이‘맑음 48%’‘흐림 22%’였다가 그 해 총선 직전 ‘맑음 55%’‘흐림 10%’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NZ First당과의 연정에 성공한 노동당 정권이 막 들어선 직후엔‘맑음 36%’‘흐림 36%’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결과를 나타냈다. 노동당 정권 3년간의 경제전망은‘맑음 32~40%’를 넘나들었던 반면, 좋지 않음을 표현한‘흐림은 33~41%’로 서민들의 팍팍한 생활상을 더욱 옭아매고 있다. 총리 선호도 면에서는 노동당의 Jacinda Ardern 현 총리가 36%, 국민당 Simon Bridges대표가 10%를 마크한 것으로 밝혀져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지표에서 당신은 무엇을 느끼는가. 그리고 올해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가. 당신이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불확실한 미래에 아등바등 할 게 아니라 보다 재정적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정당에 표심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이상만 높지 현실감각이 뒤떨어져 안정성이 없는 정당에 온 마음을 주기에는 당신의 앞으로 10년 세월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김봉일
위클리코리아 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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