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inda Ardern 총리의 정치적 멘토로 잘 알려진 Helen Clark 전 총리가 Ardern 정부의 이상할 정도로 고집스런 국경 봉쇄정책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Clark 전 총리와 Peter Gluckman 오클랜드대 교수, Air NZ의 Rob Fyfe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싱크탱크인 Koi Tu를 통해 이 같은 논문을 발표하고 “뉴질랜드가 이제 세상과 재결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코로나19와 관련된 Ardern 정부의 정책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굳게 닫힌 국경이 관광산업과 교육산업, 수출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은 물론이려니와 뉴질랜드가 세계 속에서 국가적인 포지션을 찾고 발휘하는 방법에도 중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Ardern 정부는 코로나19에 대한 장기 전략도 세우지 않은 채 거의 고립된 상태로 치닫고 있어 코로나19가 1~2년 또는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경우 어떻게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또 현재의 연락 추적상태나 개인 보호장비(PPE) 및 격리를 둘러싼 각종 메시지가 항상 정확하지 않은 등 시스템에 결함이 많은 줄 알면서도 효과적인 자동추적시스템 개발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정부당국의 무사안일 행정을 비난했다. 아무도 내일을 열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지만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투명한 접근법이 개발돼야 한다는 얘기다.
논문은 휴대폰의 내장형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한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유사한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할 경우 백신이 만들어진 후에도 경제 재활성화를 이루기는커녕 국가적 고립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고 Ardern 정부의 늑장행정을 질타했다. 논문은 이어 정부가 어떤 조건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국경을 개방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국경의 미래를 하루빨리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특히 정부가 9·19 총선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종국에 가선 코로나19 사태가 실패로 끝나게 될 뿐 아니라 국민경제도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Ardern 정부는 국경 봉쇄와 격리시스템으로 코로나19 청정국이 됐다는 사실을 자화자찬만 하고있다는 건 정말 “신비한 성공”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논문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부 정책을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Ardern 총리는 총선에서의 재집권만 생각해선지 지난 3일 Simon Birmingham 호주 관광부 장관이 빅토리아주의 코로나19 급증세가 억제될 경우 9월까지 양국간 무검역 자유여행을 가능하게 하자는 제안에도 타스만 횡단협정에 타임라인 설정을 거부했다.
이후 지난 7일 Ardern 총리는 개별 주와 무검역 자유여행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며 현재 호주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호주에 공을 넘기는 정치적 유연성을 보였다. 호주정부가 만약 각 주별로 뉴질랜드와 횡단협정을 맺으려면 호주 내 여행객들에 대한 주경계 통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한마디 덧붙이면서 말이다.
사실 관광산업만해도 호주와 타스만 횡단협정을 맺는다면 손해 볼 이유가 없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 이전 호주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여서 2019년 1백50만명이 타스만을 횡단하는 등 뉴질랜드 전체 방문객의 40%를 차지할 정도였다. 글로벌 기업인 Ernst & Young(EY) 호주법인은 뉴질랜드 국경이 호주 여행객들에게 개방된다면 크리스마스 때까지 적게는 20억3천만불에서 많게는 40억7천만불을 뉴질랜드 경제에 보탬을 줄 수 있다고 추산했다.
뉴질랜드 관광객들은 지난해 12월까지 호주에서 23억불을 지출한 반면 호주인들은 지난해 9월까지 뉴질랜드에서 37억6천만불을 썼던 것으로 EY는 집계했다. 예컨대, 호주 방문 Kiwi 1인당 AUD 1천6백86불을 소비했고, 뉴질랜드 방문 Aussie 1인당 AUD 2천7백40불을 지출했던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관광업자들은 스키 시즌이 지나가기 전 하루라도 빨리 타스만 여행의 재개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Ardern 총리는 하나도 바쁠 게 없다. 7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단독정부만 구성하면 만사형통이다.
지난달 25일 1 NEWS Colmar Brunton 여론조사에서 △노동당 50%(62석) △국민당 38%(47석) △녹색당 6%(7석) △Act당 3%(4석) △NZ First당 1.8% △마오리당 0.9% △신 보수당 0.7%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Ardern은 Todd Muller 국민당 대표에게 “국경이 급속하게 개방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정부로서는 어렵게 얻은 이익을 낭비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괜히 국경을 열었다가 노동당 지지율이 급감한다면 다 된 죽에 코 빠지는 꼴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Ardern은 5일 노동당 연례회의에서 ‘계속 움직이자’는 슬로건을 내세웠고, Muller는 3일 ‘강한 팀, 보다 많은 직업/ 보다 좋은 경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유권자인 당신은 어느 당에 끌리는가.
김봉일, 위클리코리아 전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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