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inda Ardern(40)이 이끈 노동당이 10·17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총 1백20석 중 64석을 차지해 35석에 그친 제1야당인 국민당을 가볍게 제압하고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노동당은 여태껏 기저를 같이한 녹색당과의 협치 여부에 대해서도 오는 10월말까지 마무리 짓고 11월 초순 이내로 제2기 Ardern 정부를 꾸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Ardern의 차기 정부가 순조롭게 구성된다 해도 코로나19의 완벽한 퇴치와 경기부양책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있어 상당한 내홍과 진통이 예상된다. Ardern의 이번 성공이 경제적 실정(失政)과 미래사회로의 정책 비전 등에 대한 심판이 아닌 오로지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국민적 크레딧으로 얻어진 과실(果實)이기 때문이다.
노동당의 이번 재집권과 관련, 영국의 일간신문 Guardian은 ‘뉴질랜드는 왜 다른 나라들이 받아들이는 포퓰리즘적 생각을 거부했는가’라는 제하의 의외성 기사까지 작성했다. Guardian은 “지난 20년 이상 좌우파 정부가 지속해온 지향 목표에 국민들이 만족하고 포퓰리즘 정서가 뿌리내리지 못한 게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Guardian은 또 “뉴질랜드에는 대립정치를 주도하고 포퓰리즘 정서를 고조시키는 언론이 없다는 것도 한 몫을 차지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포퓰리즘을 포용하는 대표 주자로는 미국의 Donald Trump나 브라질의 Jair Bolsonaro가 손꼽힌다. 여론조사기관 UMR도 “뉴질랜드 국민들은 1999년 이후 자신들의 정부에 근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정을 바라는 지고지순한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정권 재창출을 이룬 Ardern의 새 정부가 코로나19 박멸을 위해 과연 언제까지 국경봉쇄를 고집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를 막는다며 경제적 대가를 톡톡히 치렀던 뉴질랜드 아니었던가.
올 2/4분기 국내 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2.2%나 감소했다. 이는 강압적인 봉쇄로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지표인 셈이다. 뉴질랜드의 코로나19 상흔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참혹한 붕괴가 아닐 수 없다. 같은 기간 호주의 GDP 감소는 7.0%에 불과했다.
이 같은 사실은 분명 국민적 성향과는 별개로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이고 Ardern 정부에 대해 감탄을 자아낼 수 없는 대목이다. 예방적 차원에서 원칙만 높게 세워놓고 이를 무조건 따르라는 건 순전히 정신적 경제적 공황으로 치닫게 하는 정부의 갑질이 아니고 무엇일까.
국민들은 어쩌면 총선 전까지 정부 시책에 군말 없이 적극 동참하면서 견뎌냈을 공산이 크다. 생산성보다 생명을 앗아가는 전염병이 무섭기도 했거니와 다음 정권의 향방이 어느 쪽으로 흘러 시국이 또 어떻게 변하게 될 지 가늠할 수 없었으니까.
이제 노동당의 손을 치켜 세워준 총선도 끝난 마당에 Ardern의 새 정부는 국민적 생각과 말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각종 규제가 난무하면서 불황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불만이 폭발할 지도 모를 일이니까. 의료전문가들은 “코로나19는 결코 근절되지 않을 것 같다”며 “엄격한 검역과 격리조치로 전염병을 없애는 노력이 코로나19와 싸우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Ardern 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얘기인 즉, 지금까지 어떻게 세계로부터 뉴질랜드를 격리시켜 왔는데 경제가 흔들리고 엉망이라고 다시 국경을 개방하는 자충수를 두느냐고 반문하면서 말이다. 다행히 가까운 미래에 효과적인 백신이 출현한다면 모를까 Ardern 정부로서도 ‘경제활성화와 코로나19 박멸’, 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묘안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뉴질랜드 국경을 기약도 없이 꽁꽁 폐쇄한다는 건 국가 디폴트로 가는 지름길이어서 난감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결국 코로나19의 확실한 치료제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코로나19의 가장 큰 수혜자인 Ardern은 국민적 신망을 까맣게 저버린 파렴치한 총리로 낙인 찍힐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 그 지경까지 된다면 Ardern의 두 번째 3년 임기는 아주 길고 험난한 여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이 갈구하는 경제활성화는 아예 상상할 수도 없는 공염불이 될 테니까.
세계은행 Carmen Reinhart 수석 경제학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주요 경제위기로 변하고 있다며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Reinhart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금융위기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심각한 재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중대한 경제위기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세계각국은 지금 △정부의 채무불이행 △경기침체 △통화매각 △예금인출 사태 △인플레이션 상승에 직면해있고, 중앙은행들 역시 수익률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채권을 사들이는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고 했다.
뉴질랜드도 이 시나리오에서 결코 예외일 수는 없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청정국가라는 이미지업이 유지돼야 함은 물론이려니와 경제전쟁 속에서도 슬기롭게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Ardern 정부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Ardern 총리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몹시 궁금해진다.
김봉일, 위클리코리아 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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