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19일 총선을 4개월여 앞둔 Jacinda Ardern 총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있다. 덩달아 노동당에 대한 국민적 선호도도 제트기류를 탄 상태다. 난데없이 불거진 코로나19가 이도 저도 못하게 옭아맨 데 따른 반사이익인 것 같다. 노동당의 구원투수로 등원하기 전인
지난 2017년 8월, Ardern 총리의 몸값은 보잘것없었다. 그런 그가 녹색당·NZ First당과 연합정부를 꾸리면서 성공가도에 올랐다. 그러다 지난해 3월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의 총기난사 사건이 그를 세계적 인물로 떠오르게 했다. 테러 다음날, 서구사회에서 금기시되는 히잡을 둘러쓴 그가 난민과 무슬림 공동체를 찾아 “당신들이 우리다”며 파격적 행보를 보였던 게 언론의 훈풍을 탄 것이다. 이후 화이트섬 화산폭발 사고와 이번 코로나19에서의 대처(?), 25일 생방송 도중 지진을 감지하고서도 ‘쿨(?)’한 모습을 보이는 등 이미 그는 진정한 리더십의 표상이 돼버렸다.
그래서인지 지난 8~16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실시된 Newshub-Reid 여론조사에서 Ardern 선호도는 20.8%p 급등한 59.5%로 지난 1백년 동안 가장 인기 있는 총리로 자리매김했다. 노동당에 대한 지지도도 이전보다 14%p 증가한 56.5%를 기록하며 역대 어느 정당 지지도보다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응답자의 92%는 노동당 정부의 코로나19 대처 결정이 옳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야당인 국민당 지지율은 12.7%p나 추락하며 30.6%에 그쳤고, Simon Bridges 전 대표 역시 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국 국민당 대표는 참담한 여론조사 이후 Todd Muller로 교체됐다.
25일 발표된 IPSOS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은 노동당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회복할 것으로 믿고 있었다.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된 18세 이상 1천명의 응답자 중 47%는 경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답했다. 지난 3월 13%보다 무려 3.6배나 증가했다. 예컨대, △경제 △실업 △주택/주택가격 △의료/병원 △빈곤/불평등 순으로 경제와 실업문제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꼽았다. 차기 정부가 제발 경제와 실업문제만 해결해준다면 무슨 짓을 하든, 어떤 꼼수를 쓰든 개의치 않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과연 여론조사 지표대로 Ardern 총리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경우 국민적 기대와 염원을 실현시켜줄 수 있을까.
어리석은 착각일 뿐이다. 노동당 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찾아볼 수 없어서다. 지난 3년간 Ardern 총리가 실현한 공약이라고 해 봤자 외국인 주택매입 금지조치가 고작이었다.
△양도소득세 도입 △이민자 허용인원 연간 3만명선 축소 △주택 10만호 건설 KiwiBuild 프로젝트 △CBD-공항 경전철 건설 △해외유학생 이민 승인 규제 △관개시설 업자에 세금부과 등의 주요 공약은 모두 실패했거나 아예 손조차 대지 않았다.
록다운 IV~III 7주동안 Ardern 정부가 행한 실상은 어떠했는가. 알려진 허상과는 너무 다르다. 정부는 마치 코로나19 확진자가 환자치료의 전부인양 전국 모든 병원의 집중치료실을 폐쇄 조치했다. 일반 중환자들은 안중에도 없고 코로나19 확진자 전용 치료를 위해서였다. 그렇지 않아도 늘 골든타임을 놓쳐 죽어가는 대기환자로 몸살을 앓는 뉴질랜드이건만 록다운 동안 이마저도 철저하게 차단해 버린 잘못을 범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생명에는 우선순위가 없거늘, 겉치레 꼼수정치로 이에 따른 후광만 얻은 셈이다. 록다운 조치가 아예 없었던 한국과 △인구수 △코로나19 확진자수 △사망자수를 뉴질랜드와 대비할 때 10배 차이만 있을 뿐 대동소이하다. Ardern 정부의 대처능력이 찬사 받을 만큼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우매한 국민들은 그저 Ardern 총리가, 노동당 정부가 세상에서 최고인 줄 알고 또다시 집권하길 바라고 있다.
지난 14일 발표한 예산규모는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코로나19 복구에 5백억불을 추가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이중 1백60억불은 임금보조금 지급과 인프라 확충을 포함한 일자리 마련 대책이라면서 앞으로 2년간 14만개의 일자리를 구하고 37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코로나19 관련 지출은 총 6백21억불에 달하고 2백억불은 아직 남아있다고 설명까지 곁들였다. 정부의 순수채무가 지난해 GDP의 19%에서 올해 30.2%까지 올라가고 2021년 42.9%, 2023년 53.6%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즉, 정부 부채가 지난해 5백80억불에서 2024년 2천억불까지 늘어나고 향후 수년 동안 수백억불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이로 인해 가구당 부채가 7만불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뻔히 아는 중앙은행마저 6백억불의 양적 완화를 단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당 정부는 차입과 지출이 가장 합리적인 정책이고 미덕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지출하라는 메시지다. 이번 예산안의 목표가 일자리 창출이 아닌 총선 승리가 아닌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정치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라 했던가. Ardern은 “정치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한 순간 넘어지면 그 실수로 평생 기억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신의 한 표가 소중한 이유다.
김봉일, 위클리코리아 전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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