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가 코로나19 전선에 대항하는 방어선을 구축하고 일상으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더 이상 군영의 전선 수칙만 고수했다간 회생 불가능이라는 낙인이 찍힐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빚어진 발현이었을까. 아님 여태껏 지켜온 헤게모니를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초조함이 섬찟한 바이러스의 위구와 공포마저 잊게 만들었을까.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숨가쁜 전투 중인데도 뉴질랜드는 14일부터 삶의 전선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아직 새싹이 돋아나게 될지, 그대로 고사하게 될지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뉴질랜더들은 희망의 꿈나무가 우여곡절 없이 쑥쑥 자라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오랜 기다림을 끝으로 적어도 자신들에게만큼은 행운의 여신이 함께 하기를 갈망하면서 말이다. 바이러스와의 빡센 방어선을 이젠 허물어달라며 격렬한 시위까지 벌이는 미국과 영국, 호주의 현실을 훤히 꿰뚫고 있으면서도 봉쇄령의 고삐를 늦췄다.
일터로의 복귀가 이뤄진 레벨 2, 누가 뭐래도 경제살리기가 우선인 것 같다.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대규모 실업 등 경제 폭망사태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락으로 떨어진 경기를 어떻게 끌어올려 부양시키느냐가 정부의 가장 큰 현안인 셈이다.
정부는 실업사태 방지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모색 중이기는 하다. 예컨대 지난 3월 중순께 주 20시간이상 근무 직원 한 사람에 대해 주당 5백85.80불(20시간 이하 3백50불)로 계상, 12주치 급여를 일시불로 긴급 보조한다는 발표에 이어 오는 6월12일까지 자영업자 등 소규모 비즈니스와 관련, 최대 1만1천8백불을 일시불 무이자로 1년간 지원해주는 정책(최장 5년 3%금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일부 사업자와 근로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춘 근시안적 찔끔 극약처방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iwibank의 Jarrod Kerr 수석 경제학자는 국민모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것이 경제활성화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현금 지원이 세금감면이나 GST 환급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심리지수가 높아져 실질적으로 소비가 진작될 때 경제활성화가 빨리 이뤄진다는 분석이다. Kerr는 뉴질랜더 성인에 1천5백불, 어린이 모두에게 5백불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이를테면 부모와 자녀 2명이 있는 가정은 4천불을 받게 되고, 자녀 3명을 둔 편부모는 3천불을 받는걸 의미한다.
Horizon 경제연구소가 그의 제안을 토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7%가 일시불 지급을 원했고, 23%는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으며, 10%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응답자 대부분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Helicopter Payment)으로 음식과 식료품, 공과금, 다른 가정 생활비에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25%는 그 지원금을 절약할 것이라는 의사를 나타냈으며, 17%는 뉴질랜드에서 휴가를 보내는데 적어도 일부를 쓰겠다고 응답했다. Kerr는 코로나19 대응에 5백~6백억불의 예산이 필요하고, 국민 개개인에게 분배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규모에 따라 20억~60억불 수준일거라고 예상했다.
Kerr의 제언을 뒷받침하듯 호주정부는 이미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일회성으로 AUD 7백50불을 지급한 상태이고, 세계금융위기 바로 이듬해인 지난 2009년에도 호주 국민 1인당 보너스 수표로 AUD 9백불을 나눠주면서 경기침체를 피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년 USD 연봉 7만5천불이상 소득자(차등적용)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성인에게 USD 1천2백불(NZD 2천불), 어린이에게 USD 5백불(NZD 8백30불)을 일괄 제공해 경제활성화에 이득을 많이 가져다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err는 “현재 뉴질랜드는 아무도 느껴보지 못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레벨 2에서 레벨 1으로 옮겨가는 시점에서 경제살리기는 정말 중요한 문제여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제학자 Tony Alexander는 “경기회복을 위해서라면 다른 곳이 아닌 15세이상의 3백70만명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학자 Shamubeel Eaqub은 “정부가 많은 일자리와 기업을 살려내려면 어디에 초점이 맞춰줘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가령 일정 기간 동안 GST를 없애거나 낮추는 방안을 모색함은 물론 국민들에게 세금감면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세상을 뿌리째 흔들어 놓은 코로나19. 정부가 이 바이러스 전쟁 이후, 진정 팡파르를 울리고 싶다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몰락한 국민들 손에 때맞춰 현금을 쥐어주는 정책을 시행함과 동시에 바이러스 퇴치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최선책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봉일, 위클리코리아 전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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