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뉴스를 체크하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그만큼 이 무서운 전염병이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세상 구석구석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다 세계를 무지렁이로 전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논리를 이기지 못한 세계보건기구(WHO)는 11일 최고 경보단계인 ‘Pandemic Disease(범세계적 질병)’로 선포했다.
당황한 세계각국은 코로나19의 후폭풍인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근로소득세(Payroll Tax) 제로(0)’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근로소득세 인하로 인한 예상 세금감면액은 USD 3천억불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대처 용도로 미 행정부가 편성한 USD 83억불의 긴급 예산안과는 별도의 유례없는 ‘슈퍼 감세안’이다. 11일(현지시간) 확진자수 1천50명과 사망자수 32명을 넘어서면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까닭이다. 미국은 현재 중국·이탈리아·이란·한국·스페인·프랑스·독일·일본에 이어 확진자수 세계 9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스페인·프랑스·독일 등의 유럽연합(EU)도 경제위기 대응책을 내놓았다. 10일(현지시간) EU 27개국 정상은 긴급 화상회의를 통해 2백50억 유로 규모기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금은 △보건·의료체계 지원 △중소기업 자금 공급 △노동시장 충격 완화 등의 용도로 사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전 국민에 대한 이동 제한조치를 시행한 이탈리아와 독일은 각각 75억 유로와 1백24억 유로의 재정대책을 내놓았다. 부족한 병상과 방역시설을 확충하고 소비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대책이었다.
11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정책금리를 연 0.75%에서 0.25%로 0.5%p ‘깜짝 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웃나라 호주는 AUD 24억불의 특별 보건예산을 발표했다. 특별 예산안에는 전국 1백여곳의 임시 선별 진료소 설치를 비롯 종합병원과 가정의(GP)의 진료 지원책이 대거 포함됐다. 호주는 특히 코로나19 확산의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흑자 달성을 포기하고 1백억불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손질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 의료·방역시설 지원, 중소기업·소상공인 긴급 자금투입 등 방안을 담은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예산을 편성했다. 중국은 5G 통신망 구축,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국 차원 경기부양책인 ‘새로운 인프라’ 투자를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일본은 1조6천억엔 규모의 금융안정지원대책을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각국이 이처럼 코로나19의 영향을 극소화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도 뉴질랜드는 지난 9일에서야 비로소 거시경제 지원에 대한 패키지를 마련할 것이라는 발표만 했을 뿐이다. Grant Robertson 재무부 장관은 이날 “코로나 19에 따른 불황이 예상되지 않지만 경기침체로 변할 경우를 대비해 경기부양책을 세우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Jacinda Ardern 총리도 이날 선박과 항공기, 여행자 검역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당초의 입장만 고수하고 나섰다.
그러나 뉴질랜드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가 조만간 퇴치되지 않을 경우 지난 2007년 Subprime Mortgage 사태 때보다 훨씬 강도 높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학자 Tony Alexander는 “뉴질랜드 경제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 4/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불황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경제학자 Shamubeel Eaqub는 “코로나19가 지속된다면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부터 암울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ZIER 경제학자 Christina Leung은 “관광산업과 유학산업, 임업 및 해양업 부문에서 경기침체를 가장 먼저 느낄 것”이라며 “근로자 수입감소는 지출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가계소득의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Infomatrix의 수석 경제학자 Gareth Kiernan은 “경기침체가 두드러질 경우 주택시장의 모멘텀이 사라져 집값하락을 가져옴은 물론 경기침체의 영향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자가격리로 등록된 8천9백63명 가운데 확진자수가 아직 5명밖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현재는 불황이 아니라며 늑장대응에 나선 노동당 정부.
세계각국은 공중보건에 만전을 기하고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며 온 몸으로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입안하는 마당에 무슨 배짱으로 넋 놓고 또 거북이 걸음걸이를 하고 있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내로라 하는 경제학자도, ANZ과 BNZ의 비즈니스 전망도 최하위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할 정부가 소홀하게 대처해서야 어디 말이나 될 일인가. 편히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로 조성하는 게 정부의 역할 중 가장 큰 몫이다.
김봉일
위클리코리아 전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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