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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Weekly Korea EDIT

[위클리 세상터치] 코로나 세상의 진화?


정말 엿 같은 한 해였다.


어느 날 갑자기 악몽처럼 고개를 들이민 코로나19가 일상을 파괴했다. 기본적인 삶의 양태를 완전히 빼앗아갔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고,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암울하고 고독한 삶으로 탈바꿈시켰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세상으로 뒤바꿔 놓았다. 10년 전 걸그룹 SISTAR가 불렀던 노랫말인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고, 나 혼자 길을 걷고, 나 혼자 TV를 보고…’를 연상케 하는 어색한(?) 풍경으로 말이다.

최근엔 혼족의 ‘SOLO 구매법’도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Self(나를 위한 소비) Online(쉽고 간편하게 온라인 구매 선호) Low price(세일이나 공동구매로 합리적인 구매) One-stop(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구매)이 바로 그것이다.

외부활동이 올스톱 되면서 절약된 시간과 돈을 온라인을 통한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을 위한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집단의 시간’이 가고 ‘개인의 시간’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저마다 필요한 관심사를 좇아 하루 일과 시간표를 다시 짜고 있다. 되도록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시간조정이 훨씬 쉬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나를 일컫는 일명 ‘부캐(副캐릭터)’를 만들거나 여러 직업을 가진 ‘N잡러’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혼족’의 알람에 맞춰 살아가도록 예약해놓은 것처럼 오프라인 활동은 점점 더 줄어들고 온라인 강의나 쇼핑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났다. 재택근무를 하니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무엇인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불안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서면으로 매일 업무일지가 남다 보니 예전에는 파악하지 못했던 업무량이 기록돼 더 긴장되는 측면이 있다고들 말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코로나19가 일, 공부, 여가활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스케줄이나 목표 관리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재택근무는 회사가 개인의 업무량과 역량을 적나라하게 파악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회사에서 미루고 있을지 몰라도 상황이 호전되면 회사는 개인들의 성과를 보다 엄정하게 평가할 지도 모른다.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고 역량을 키우는 일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날이 머지 않았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어지간하면 SNS마다 세밑의 즐거운 인증사진이 올라올 법도 하련만 올해는 아예 실종된 상태다. 정상으로 돌아가는가 싶었던 일상마저 또다시 팬데믹의 자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시작했던 영국에서 전염력이 강한 변종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변종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영국발 항공편 운항을 잠정 중단하는 등 잇따라 여행 제한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로이터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영국에서 승객을 태운 항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금지했다. 벨기에 정부는 이날 자정부터 영국발 항공편과 열차 운행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아일랜드 루마니아 정부 역시 영국에서 오는 항공편을 중단하기로 한데다 프랑스 정부도 영국을 출발하는 비행기와 육지 교통로 모두를 차단했다. 체코의 경우는 지난 2주 사이 영국에서 최소 24시간 머무른 뒤 입국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이날부터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응 논의도 이뤄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영국에서 등장한 코로나19 변종이 백신을 무용지물로 만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신중함을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21일 미국 Pfizer와 독일 BioNTech가 공동 개발한 백신이 변종 코로나19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세계각국은 코로나19와 그 변종에 대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VUI-202012/01’로 알려진 영국의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는 확진자 1명이 몇 명에게 병을 전파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감염 재생산지수를 최대 0.4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의 바이러스보다 전파 속도가 70%나 빠른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뉴질랜드는 Jacinda Ardern 총리가 지난 6월초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한 1백여일 동안만 발현되지 않았다가 또다시 주구장창 나타나기 시작했다. 의료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우리들 곁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머무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멸은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 아주 먼 미래에나 가능할 지 모른다고 단언한다. 내년에도 언택트 시대는 계속되고 비대면 문화가 주도하는 세상일 게 뻔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코로나19의 추적 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손씻기와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기본적인 행동수칙을 이행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코로나19 세상에서 모두들 안전한 2021년을 맞기 위해서는…

어쨌든 지난 1년간 위클리 세상터치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언젠가 또 칼럼을 쓰게 될 영광이 주어진다면 그 때는 더 좋은 소재거리와 주제로 독자 여러분께 다가설 수 있도록 충전을 하고 있겠다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 모두들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한다.


김봉일, 위클리코리아 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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