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모씨 "월세 줄여달라했는데 다음날 100만원 보내"
누리꾼 "아직 살만한 세상" "선한 영향력 퍼졌으면"
"처음엔 안 되는 줄 알고 절망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계좌 번호를 달라시길래 뭔가 싶었어요."
2일 저녁 경기 용인시 수지에서 39.6㎡(12평)짜리 과일가게를 하는 강모(40)씨는 휴대폰을 부여잡고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점포 주인 어르신에게 월세 10~20만원만 깎아달라고 요청을 할까말까 며칠째 고민을 하던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70% 넘게 가게 매출이 떨어진 탓에 매달 내던 월세가 부담이 된 탓이다. 올 여름 장마 이후 하루 매출이 절반 가량 떨어졌는데, 그마저도 지난달에는 더 줄어들었다.
결국 강씨는 "이번 달만 월세를 깎아주실 수 있을까요"라며 점포 주인 어르신(77)에게 문자를 보냈다.
강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문자를 보냈다"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그동안 벌어서 모아놓은 돈으로 어찌어찌 버텼지만 더 이상 안되겠다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게 문을 연 1월 말 이후 단 한번 해본적 없는 부탁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쉽지 않았다.
다음날 주인 어르신이 강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월세를 깎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게 돌아온 대답이었다. 강씨는 기대했던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운 상황이니 어쩌면 당연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뒤따랐다. "100만원 보낼 테니 생활비로 써라. 힘든 거 알고 있다. 진작에 전화를 했어야 했는데. 생활비로 써라. 건강 챙기고."
강씨는 깜짝 놀랐다. 어안이 벙벙해지면 무슨 상황인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나를 놀래키려고 이러신가 싶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강씨는 "내가 요청했던 10~20만원도 아니고 100만원을, 그것도 월세를 깎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생활비에 보태주는 방식으로 받으니 더욱 감동이었다"고 밝혔다. 100만원이면 강씨가 내는 월 임대료 200만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큰 돈이다.
고마운 마음에 강씨는 송금받은 당일 사과와 귤 한 박스씩 들고 15분 거리의 주인 어르신 댁으로 찾아갔다. 어르신은 들고 온 과일을 보고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강씨는 "내가 더 고마운데 이것밖에 해드리지 못했다"며 "더 드리고 싶은데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착한 임대인'이 언론에 종종 보도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실제 현실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씨도 "주변에 가게 하는 사람들도 각자 점포 주인들에게 깎아달라고 요청을 많이 했다는 얘기를 듣는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월세를 깎아주는 주인들은 많이 없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점포 주인 어르신의 '착한 도움'이 더욱 감동적이라는 얘기다. 강씨는 "너무 감사하고 감동받았다"며 "열심히 해서 이 은혜를 꼭 갚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감동 사연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탐욕 중에 노탐이 제일 무섭다는데, 이 분은 진정 돈 쓸 줄 아는 분"(편****), "우리는 월세 조금 미뤄서 드린다고 했더니 삿대질하던데"(20****), "아직 살만한 세상이다. 선한 영향력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No****)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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