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 도쿄까지,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행 가성비가 높은 5곳을 소개한다.
전 세계 도시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이에 따른 도시 생활비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높아졌다.
실제로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세계 생활비 보고서에 따르면, 상품과 서비스의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7.4% 상승했다. 이는 지난 5년 간의 평균 상승률인 2.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생활비 상승의 영향이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EIU 보고서는 173개 도시를 대상으로 음식과 의복, 임대료, 교통비 등 200개 이상의 상품 및 서비스 비용을 평가해 생활비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싱가포르와 취리히가 가장 생활비가 비싼 도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를 유지하고 있는 도시들도 확인됐다.
예를 들어, 아시아의 많은 도시들이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해졌다. 조사 대상인 아시아 58개 도시 중 46개 도시가 경제 회복이 지체되면서 생활비 순위가 하락했다.
그런데 ‘생활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시’에 비해 유독 저렴하게 느껴지는 도시들이 있다.
대도시와 동일한 편의시설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여행자나 디지털 노마드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EIU 지수에서 같은 대륙의 다른 도시에 비해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평가된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들 및 최근 방문객들을 만났다.
그리고 생활비가 적게 드는 이유와 경비를 절약하면서 여행을 즐기는 방법을 들어봤다.
▶리스본, 포르투갈
EIU 순위에서 물가가 가장 저렴한 서유럽 도시로 꼽힌 리스본은 최근 몇 년새 디지털 노마드에게 인기 도시로 떠올랐다.
프리랜서와 원격 근무자가 1~2년 동안 체류할 수 있는 2022 디지털 노마드 비자 정책 덕분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여행 비용 비교 사이트 ‘엑스패티스탄’에 따르면 서유럽 다른 도시에 비해 56% 저렴)도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여행사에 근무하는 메르세데스 자크는 “리스본은 버킷리스트에 있는 도시 중 하나였는데, 이번 여름 이 활력 넘치는 여행지에 직접 가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스본은 아름답고, 친절하며,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거리도 가득합니다.”
자크는 거리 예술과 도시 전망, 현지인들과 함께 모여 일몰을 즐길 수 있는 바이로 알토 지역을 추천했다.
그는 포르투갈과 열대 지방의 이국적인 식물을 전시해놓은 에스투파(온실)가 있는 에두아르도 7세 중앙 공원(무료)을 둘러본 것도 즐거운 경험이라고 했다.
또한 입장료가 없는 로마노 극장에서는 보존된 극장 유적을 통해 과거의 로마 제국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자크는 전통음악 파두를 정통으로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격이 저렴한 ‘타스카 두 치코’를 추천했다.
그는 “낡고 아늑한 이 선술집은 파두 가수와 연주자들의 사진과 포스터, 스크랩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진정한 음악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별도의 입장료 없이 (음료만 구입하고) 멋진 라이브 파두 공연을 볼 수 있어요.”
그는 현지 가수들이 공연하고 인파는 적은 월요일이나 수요일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세계 최악의 인플레이션율과 통화 가치의 급락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EIU 순위 173개 도시 중 163위를 기록했다.
이곳에선 통화 가치 불안정으로 인해 미국 달러가 그 어느 때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민들은 저축 예금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미국 달러를 찾고 있다.
“돌라르 블루” 또는 “블루 달러 환율”로 알려진 이 환율은 현지 여행객들이 송금업체 ‘웨스턴 유니온’을 통해 자주 이용하는 환율이다.
이곳에서 여행자의 외화는 5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가지지만, 현명하게 사용하면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다.
작가이자 디지털 노마드인 조세핀 레모 파인더럽은 “내가 배운 한 가지는 외국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은 돈의 가치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작은 요령 중 하나입니다.”
그는 집세와 식비가 이곳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6개월 정도 머물다가 유럽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동네를 잘 선택하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여행 블로거인 알렉스 트렘배스는 최근 유서 깊은 산 텔모 지역에 머물렀는데, 이곳이 저예산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이상적인 곳이었다고 했다.
그는 “일요일마다 활기찬 시장이 열리고, 저렴한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며 “이 지역과 인근 보카 지역의 예술과 문화를 탐험할 수 있는 환상적인 무료 도보 투어도 있다”고 말했다.
트렘배스는 현지인들과 함께 탱고를 배울 수 있는 ‘밀롱가 나이트’에도 다녀왔다.
그는 “관광용 탱고 쇼에 가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더 진정한 경험을 할 수 있죠.”
▶토론토, 캐나다
북미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다소 둔화됐다. 하지만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미국 대도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 톱 10내에 속한다.
반면 북쪽에 위치한 캐나다 도시들은 생활비 순위에서 계속 낮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순위가 매겨진 모든 캐나다 도시 중 토론토가 27위로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인 토론토는 특히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저렴하고 친절한 여행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휴가용 임대 플랫폼 ‘레이크’의 공동 창업자인 토론토 주민 스테파니 시카렐리는 온타리오 호수에서 보트 크루즈를 타고 도시 관광을 하거나 하키 명예의 전당을 방문하거나 상징적인 ‘CN 타워’를 오르는 것을 추천했다.
시카렐리는 “토론토 애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워에 올라가 상징적인 전망대에 올라 도시 풍경과 해안가의 전경을 감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토는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녹지 공간이 많아 “공원 속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토론토 주민 나탈리아 부이아는 “아파트를 벗어나 산책을 하거나 하이킹을 하며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하이 파크’와 ‘트리니티 벨우즈’, ‘토론토 아일랜드 파크’다.
부이아는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느껴지긴 하지만 가격대별로 다양한 음식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이아는 “현지 식당에서 간단히 먹는 걸 원하든 고급 레스토랑에서 호사를 누리고 싶든, 언제든 원하는 음식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과 마찬가지입니다. 훌륭한 레스토랑 선택지도 풍부하지만, 이곳은 조금 더 저렴하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도쿄, 일본
올해 순위에서 3계단 하락하며 전체 60위를 차지한 도쿄는 여전히 일본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군에 속한다.
하지만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다른 아시아 도시보다는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졌다.
다른 국가들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동안 일본은 엔화의 힘을 지키기 위해 수년 동안 디플레이션과 싸워왔다.
이런 상황에 최근 관광이 완전히 재개되며, 일본은 코로나 이후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특히 저렴한 곳으로 떠올랐다.
도쿄 주민이자 부동산 개발업체 ‘모리’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수석 매니저인 야마모토 마사는 “도쿄의 생활비는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같은 도시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도쿄의 명소와 대도시의 경험을 훨씬 더 쉽게 접할 수 있고, 자연 요소가 풍부한 도쿄의 장점을 (아시아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야마모토는 관광객들에게 새로 개발된 ‘아자부다이 힐즈’ 지역에 있는 2만4000㎡ 규모의 무료 도시 정원과 공공 예술 설치물을 추천했다.
그는 “이곳을 방문하면 320종의 식물에 둘러싸인다”며 “귤과 블루베리, 레몬, 사과, 복숭아, 자두 등 11종의 과일나무가 있는 과수원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 싶어하는 이들엔겐, ‘모리 아트 미술관’ 및 이와 연결된 ‘도쿄 시티 뷰’를 추천했다.
도쿄 시티 뷰에선 단돈 2000엔으로 해발 250m 상공의 전망대에 올라 도쿄를 조망할 수 있다.
▶퍼스, 호주
퍼스는 동부 도시인 시드니와 멜번보다 물가가 훨씬 저렴하다.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해변, 풍부한 자연 덕분에 주민들이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퍼스에는 광산업 종사자가 많기 때문에 급여도 높은 편이어서 현지인들의 소비력도 높다.
퍼스 주민이자 ‘퍼스 위크엔드’ 설립자인 나디아 커스버슨은 “퍼스의 저렴한 물가 덕분에 좀 더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며 “비슷한 아파트를 시드니에서 구하려면 임대료가 두 배나 세 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덕에 가처분 소득이 더 많아져서, 밖에 나가서 루프톱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거나 바다를 바라보며 해산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어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루프탑 명소로는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루프탑 엣 QT’와 여유로운 분위기의 ‘메카닉스 인스티튜트’다.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피시 앤 칩스를 먹는 코슬로 비치도 추천했다.
자연을 탐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사우스 퍼스 포어쇼어에서 카타마란(두 개의 선체가 있는 보트)을 빌려 스완 강을 항해하거나 불가사리와 연체동물이 서식하는 자연 라군 메탐스 풀에서 하는 스노클링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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