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과 산불사태로 참혹한 기록 경신…최소 28명 사망에 동물 10억여 마리도 희생
지난해 9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호주 산불이 참혹한 기록들을 남기면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에 산불사태는 앞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막대한 환경 및 경제적 피해 등 상상 이상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호주 산불은 지난 12일 현재까지 남한 면적의 절반이 넘는 수준인 약 6만4천㎢의 면적을 태우고 최소한 28명의 시민과 10억여 마리 동물의 목숨을 앗아갔다.
산불 피해가 가장 심한 뉴사우스웨일스(NSW)주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지난 4일Sydney 서쪽 Penrith의 경우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48.9℃를 기록했다. 이날 Penrith는 기온을 측정하기 시작한 1939년 이래 가장 온도가 높았다.
화마가 기승을 부리는 빅토리아주 East Gippsland 지역도 이날 최고기온이 45℃에 달했고, 호주 연방 수도인 Canberra도 43℃를 기록, 지금까지 최고 기온이었던 1968년 42.2℃를 경신했다.
현재 Sydeny와 Canberra 등 산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난 도시지역도 산불 연기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한데다 폭염까지 겹쳐 주민들이 되도록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Sydney 시민들은 외부 활동만으로 담배 37개비를 피는 것과 맞먹는 피해를 입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록적인 폭염과 건조 기후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호주 산불사태가 또 한 번 고비를 맞을 것이란 경고를 내놓고 있으며, 산불 연기가 남미까지 뒤덮는 등 피해규모와 범위가 막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마솥 폭염에 산불 진압 불가능
새해 들어 지난 며칠 사이 Sydney 등 일부 지역에서 비 소식이 들려왔지만 산불을 진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상 전문가들은 오히려 폭염과 강풍 등의 기상여건이 겹치면서 산불사태는 또다시 고비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 기상청은 지난해 호주가 1910년 이후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내고 있으며, 건조 수치도 1900년대 들어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 최고 기온 중간값은 평균치보다 2.09℃가 높아 이전 기록인 평균치보다 0.5℃ 높은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 또 지난해 12월18일 기록된 평균 기온 최고치는 41.9℃로 2013년 1월 세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강수량의 경우 2백77.6㎜로 평균보다 40%가 적었고 1902년 세웠던 기록도 다시 썼다.
또 지난 11일에는 최대 풍속이 80mph에 달하는 강풍이 겹치며 산불 위험을 높였고, 산불 연기가 주요 도시를 뒤덮어 대기 질이 빠르게 악화됐다.
■속수무책 호주 동물들 멸종 위기
온라인상에는 호주 산불로 몸에 불이 붙은 채 느린 걸음으로 도망가는 코알라의 모습이 찍혀 안타까움을 자아나게 했고, 사람들이 주는 물을 필사적으로 받아 마시는 코알라의 모습도 공개돼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많은 야생 동물들 중에서도 유독 움직임이 느린 코알라가 독자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한‘기능적 멸종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 때문에 이미 코알라 서식지의 30% 정도가 전소된 상태로 알려졌다.
호주는 전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동물 서식지이자 천혜의 자연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10억여 마리 동물이 이미 목숨을 잃고 생태계 파괴로 인해 더 많은 동물들이 희생될 것으로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야생 동물들의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Sydney 대학은 지난해 9월부터 지속되는 호주 산불사태로 NSW주에서만 4억8천만 마리에 달하는 동물들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했다. Sydney 대학측은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중 산불로 직접적으로 희생된 숫자와 앞으로 식량 고갈 및 생태계 파괴로 목숨을 잃게 될 동물들의 수치를 아주 최소한으로 집계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Sydney-Canberra 숨쉬기도 고통
호주 산불이 남동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도시인 Sydney와 Canberra의 공기는 산불 연기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Sydney 북동부에 위치한 Mona Vale 해변지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지난해 12월10일 7백78까지 올라 세계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같은 날 중국 상하이 PM2.5 농도 1백88과 홍콩의 1백35를 엄청나게 웃도는 수준이 전개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상에는 Sydney 유명 해수욕장 중 하나인 Bondi 해변이 짙은 연무에 뒤덮여 해안선이 거의 보이지 않는 사진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NSW주 보건 및 환경당국은 앞으로 폭염과 스모그가 지속되면서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노약자나 환자 등 취약 계층의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전할 정도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호주 산불을 톱 뉴스로 다루면서“재앙적이고 전례 없는 산불로 호주가 엄청난 고통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Tasman해 건너 뉴질랜드 상공을 노랗게 물들인 호주 산불은 지난 7일 남미로까지 확산돼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 곳곳에서 흐려진 하늘이 관측되기도 했다. 산불은 일산화탄소(CO)는 물론 질소산화물(NOx) 등 온갖 오염물질을 대기 중으로 배출한다.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최소한 4백 메가톤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내뿜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년 이미 FFDI 경고단계로 상승
호주는 지난해 이미 9~12월 산림화재위험지수(Forest Fire Danger Index.FFDI)가 경고단계로까지 상승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19일 기록상 가장 뜨거운 기온을 보였다. 평균 최고기온이 41.9℃를 보였다. 남호주에서는 49.5~49.9℃를 기록하기도 했다. 호주 기상청 분석 자료를 보면 2019년 1~11월까지 기록상 두 번째로 뜨거운 기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지난해 11월의 평균 강우량은 매우 낮았다. 1900년 이래 1백20번째로 가장 건조한 날씨를 보였다. 한 마디로 기록상 두 번째로 가장 뜨거웠고, 측정상 두 번째로 가장 건조한 날씨가 펼쳐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조건이 이번 최악의 산불로 이어진 배경이라고 WMO측은 설명했다.
호주의 화재 날씨는 대부분 FFDI를 이용해 모니터링되고 있다. FFDI는 온도, 강우, 습도와 풍속 관측에 근거해 측정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최근 10년 동안‘화재 날’이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남호주와 동호주의 많은 지역에서 늘어났다. 화재 날씨 시즌의 길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화재 위험 날씨가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기온 상승을 포함한 기후변화가 중요한 원인이라는 게 호주 기상청의 진단이다.
호주의 기후는 1910년 이후 1℃ 이상 상승해 극심한 더위 발생빈도가 증가한 반면 1990년대 말 이래 호주 남동부의 4~10월 강우량은 약 11%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변화의 파고 속에 호주의 FFDI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현상은 호주뿐 아니라 전 지구촌으로 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濠, 산불 원인…주범은‘기후변화?’
호주 산불이 몇 달째 진압되지 않을 정도의 규모로 커진 데는 여러 원인이 작용했다.
폭염과 가뭄 등 기후적 원인도 있지만 일부 초대형 산불의 경우 3백명이 넘는 방화범이 만들어낸 인재라는 지적도 있다.
또‘화재적운(Pyrocumulus Cloud)’이라는 새로운 기상현상까지 나타나 산불이 더 급속도로 키웠다. 화재적운은 산불이나 화산 분출로 뜨거워진 공기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 만들어진 적운으로 수분을 끌어당겨 뇌우를 생성한다. 이는 새로 발견된 기상현상이어서 과학자들도 이런 현상을 예측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화재적운은 강력한 상승기류를 형성해 공기를 대거 끌어당기면서 강풍까지 만들어 산불의 온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불의 기세를 더욱 급격히 확산시킨다. 게다가 산불의 방향마저 제멋대로 바꾸기도 하고 타다 남은 불씨를 수 ㎞ 떨어진 곳까지 옮겨 새로운 산불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적운에서 번개도 생성돼 새로운 화재위험도 낳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심각한 호주 산불의‘주범’은 기후변화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22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의료기구연합은 기후변화가 가뭄과 폭염 등 산불의 원인이 되는 극한 기상이변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정치인들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보건 및 환경재난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배출감소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희망 사라진 호주…경제피해 심각
호주 산불 소식에 전세계에서 기부 운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호주 정부도 산불 피해지역 재건을 위해 AUD 20억불 규모의 재건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장기화될 산불이 초래할 경제적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Goldman Sachs는 호주 산불로 당장 민간투자와 농축산업 생산에 손실이 예상될 뿐 아니라 관광산업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호주 Goldman Sachs의 Andrew Boak 수석 경제학자는“전례 없는 수준의 산불 화재로 농업생산 및 국제관광 수출산업 등에 역풍이 가중될 것”이라며“주요 도시를 뒤덮은 산불 연기 등도 지역사회에 간접적 비용을 초래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호주중앙은행(RBA)이 오는 2월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50%로 높여 잡고 있다. AUD는 현재 주요 통화 대비로 약세를 이어가는 등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위클리코리아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