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물에 대해 느끼는 일곱 가지의 감정변화를 칠정(七情)이라 하는데, 기쁨(喜), 노여움(怒), 근심(憂), 생각(思), 슬픔(悲), 두려움(恐), 놀램(驚)의 일곱 가지 정서의 변화를 가리킨다.
칠정(七情)은 인체가 객관적인 사물의 자극에 대해 일으키는 정지(情志) 방면의 반응이다. 일반적인 상황 하에서 정상적인 생리활동에 속하면 결코 질병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칠정(七情)의 활동 역시 발병요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갑작스럽고 극렬하게 나타나거나, 정서자극이 오랫동안 지나치게 지속되면 인체의 기기(氣機)가 문란해지고 기혈(氣血)과 음양(陰陽)의 실조(失調)를 일으켜 발병을 초래한다.
칠정(七情)이 병을 일으키면 병이 내부에서 발생하므로 칠정(七情)은 내상(內傷)질병의 주요 발병요인이 된다. 따라서 칠정내상(七情內傷) 또는 정지상(情志傷)이라 한다.
1. 칠정(七情)과 장부기혈의 관계
사람의 정신, 정지활동은 모든 인체 기능 활동의 구성부분으로 내장의 생리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신의 기혈이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진액이 조화로우며 장부가 편안한 상황 하에서 사람은 정상적인 정신, 정지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반대로 장부의 생리활동이 비정상적이면 관련 정지(情志)의 이상을 초래하고, 정지(情志)의 이상은 반대로 장부의 생리활동에 작용하여 이상을 일으킨다.
▲ 희(喜)
희는 기쁜 마음의 표현이다. 기쁜 감정은 의(意)와 기(氣)가 상쾌하고, 영기(營氣)와 위기(衛氣)의 기능이 순조로워 건강하고 무병한 표현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기뻐하면 심기(心氣)가 소모되어 늘어지고 흩어져서 정신을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즉 갑자기 너무 기뻐하고 즐거워하면 심기에 영향을 주어 병변(病變)이 생긴다.
▲ 노(怒)
노하면 간기(肝氣)가 거슬러 치밀고 올라가 대노(大怒)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간의 소설 기능이 실조되고 무리하게 역상(逆上)하면 혈액도 기를 따라 역상하게 되어 이(耳), 목(目), 구(口), 비(鼻)를 막아 수족이 싸늘해지고 심하면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 우(憂)
우는 마음이 침울한 상태를 말하며, 지나치게 근심하면 기분이 답답하고 울적하여 마음이 가라앉고 기가 소모되므로 폐기(肺氣)가 손상된다.
▲ 사(思)
사는 정신력을 집중하여 문제를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지나치게 생각에 몰두하면 기순환이 막혀 원활하지 못하므로 비위(脾胃)를 손상시킨다.
▲ 비(悲)
비는 슬퍼하고 번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데서 생긴다. 비는 결국 노(怒), 우(憂), 사(思)의 과도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슬픔이 지나치면 오장의 기능을 손상하며, 삼초의 기능에도 상해를 준다. 따라서 비가 심하면 실신(失神), 통곡(痛哭), 토혈(吐血)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 공(恐)
공은 공포(恐怖)를 말한다. 정신상태가 극도로 긴장하여 일어나는 겁(怯) 많은 표현이다. 과도한 공포로 신기(腎氣)가 견고하지 못하면 기가 아래로 처져 대소변을 참지 못하게 된다.
▲ 경(驚)
경이란 갑자기 놀라운 일을 당하여 정신적으로 긴장하는 것을 말한다. 공은 자신이 아는 사이에 일어나지만, 경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 경하면 심신(心神)이 의지할 곳이 없어져 당황하고 혼란하여 갈팡질팡하게 된다.
2. 칠정(七情)발병의 특징
육음(六淫)으로 인한 발병은 사기가 피부 혹은 코와 입으로 침입하므로 발병초기에 항상 표증(表證)이 나타나지만, 칠정으로 인한 발병은 그렇지 않다. 칠정으로 인한 발병 특징은 담의 네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직접 내장(內臟)을 손상시킨다. 둘째, 그 중에서 심(心)과 가장 관계가 깊다. 셋째, 주로 기기(氣機)에 영향을 미친다. 넷째, 정지이상(情志異常)은 항상 병세(病勢)악화를 초래한다.
▲ 칠정(七情)은 오장(五臟)에서 생성되나 지나치면 오장(五臟)을 손상시킨다.
- 심(心)은 희(喜)를 주관한다. 지나치게 기뻐하면 심을 손상시킨다.(喜傷心)
- 간(肝)은 노(怒)를 주관한다. 지나치게 화를 내면 간을 손상시킨다.(怒傷肝)
- 비(脾)는 사(思)를 주관한다. 지나치게 생각하면 비를 손상시킨다.(思傷脾)
- 폐(肺)는 비(悲)와 우(憂)를 주관한다.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근심하면 폐를 손상시킨다.(憂傷肺)
- 신(腎)은 공(恐)을 주관한다. 지나치게 무서워하면 신을 손상시킨다.(恐傷腎)
▲ 칠정(七情)이 지나치면 오장(五臟)을 손상시키는데 그 중 심(心)이 가장 관계가 깊다.
오장육부(五臟六腑)를 통솔하는 심(心)이 손상되면 오장에 영향이 가고 다른 장부가 정서의 자극으로 손상되면 심(心)으로 영향이 온다.
심(心)은 혈(血)을 주관하고 신(神)을 저장하며, 간(肝)은 혈(血)을 저장하고 소설(疏泄)기능을 주관하며, 비(脾)는 운화(雲化)기능을 주관하여 기혈(氣血)을 생성하는 원천이므로 심(心), 간(肝), 비(脾)가 정서의 변화에 의한 손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갑자기 너무 기뻐하여 심(心)이 손상되면 신(神)이 불안해져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이 오지 않고 번민하며 괴로워하고 심하면 정신 이상이 나타난다. 지나친 우울에 빠지거나 지나치게 성을 내면 간(肝)이 손상되어 간(肝)의 소설(疏泄)기능이 실조로 옆구리가 아프고 성질이 급해지거나 한숨을 쉬며 목에 뭔가 걸린 듯한 증상이 나타난다.
여자는 월경이 고르지 않고 아프거나 폐경이 되기도 한다. 크게 화를 내면 기가 거꾸로 올라 혈(血)이 기(氣)와 함께 위로 치오르므로 피를 토하거나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너무 지나치게 생각에 빠지면 비(脾)가 손상되고 기(氣)가 울결되어 운화(雲化)기능이 떨어져 밥맛이 없어지고 복부가 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
칠정(七情)에 의한 손상은 한 장기에만 나타나기도 하지만 서로 영향을 주어 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나치게 생각에 빠져 비(脾)가 손상되면 신(腎)에도 영향이 가고, 우울증이 오래되면 간(肝)과 비(脾)가 조화되지 못한다.
칠정(七情)의 손상으로 장부의 기가 문란해져 원음(元陰)이 허해지면 답답하고 화를 잘 내고 잠들지 못하며 입이 쓰고 얼굴색이 붉거나 또는 피를 토하고 코에서 피가 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정서의 불안으로 기의 운동이 순조롭지 못하면 육울(六鬱)병증이 나타난다. 기(氣)가 울체(鬱滯)되어 습체(濕滯)가 생기고 습(濕)의 정체로 열(熱)이 생기며 열의 울체로 담(痰)이 생기고 담의 정체로 혈이 순행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음식이 소화되지 않는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이성이 있기 때문인데 동물들의 영역인 감정 조절을 잘 하지 못할 때 5장6부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주어 건강 기능의 저하 또는 상실로 이어진다. 칠정내상 관리를 잘하여 건강한 삶을 영위했으면 한다.
신양식(대체의학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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