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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Weekly Korea EDIT

[백사장의 건강식품] 수면 -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건강에 투자하는 시간 - ①


이 책에서 단 하나의 챕터만 읽어야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 챕터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이 가장 안 볼 것 같아 염려되는 챕터이기도 한다. 병원이나, 보건 당국에서 강조하지도 않거니와, 약도 아니고 영양제도 아니고, 심지어 운동도 아닌 겨우 잠이라니!

그러나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대인들이 가장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수면이고, 따라서 가장 부족한 것이기도 하다. 무료로 얻을 수 있다 보니 별 값어치를 못 느끼고, 심지어 우리의 가치관은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한다.

생활 습관 때문에 수면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몸 상태가 온전하지 못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이래저래 현대인들 대부분이 심각한 수면 장애 상태에 빠져 있는데, 이는 현대인들의 수많은 건강 무제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모두 수면과 관련이 있다. 우울증이 악화되기도 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감염성 질환이나 암 발생 위험도 증가한다. 잠자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하고 약물치료를 해도 큰 변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잠자는 시간만은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면의 질도 중요하다.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잠자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는 한다. 일하랴, 공부하랴 바쁜 와중에 취미 활동이나 유흥까지 즐기다 보면, 쥐어짤 수 있는 시간은 잠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왠지 잠이 많으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의 기준과 맞지 않는 게으른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사당오락’이라 해서 네 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끔찍한 말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회 분위기가 수면 부족을 부추긴다. 정주영 회장이나 나폴레옹도 하루에 네 시간만 잤다는 일화가 자극이 되는 반면, 원하는 만큼 잠을 실컷 자는 생활 태도는 타인에게 큰 귀감이 되지 못한다.

잠을 줄이면 사회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지런하고 성실한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의 개념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사회적 통염의 성공을 이룰 확률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더 건강할 수는 없다. 아니, 그보다는 사람마다 체력과 체질의 차이가 있으므로 누구에게나 권할 일은 아니다. 잠을 아껴서 그 시간에 놀거나 일하는 것은 미래의 건강을 가불받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잠자는 시간은 결코 버리는 시간이 아니다. 건강에 투자하는 신성한 시간이다.

수면 부족은 얼마나 위험할까? 하루 수면 시간이 다섯 시간 미만일 경우 전체 사망률은 15% 증가한다. 2015년 CNN.com에 ‘자거나 죽거나(Sleep or Die)’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미국 수면의학회의 최신 연구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로, 수면 부족과 심장마비를 비롯한 뇌졸중, 당뇨, 비만 등 사망과 관련된 심각한 질환들의 발병 위험 증가율 간의 상관관계를 다룬 기사였다. 바꿔 말하면 수면 부족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젷라는 것이다.

실제로 수면 부족은 조기 노화와 연관이 있다. 한 코호트(cohort) 연구에서 중년 남성들을 비교했는데,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다섯 시간 이하인 경우 일곱 시간 이상 수면하고 그룹에 비해 텔로미어(telomere)의 길이가 6% 짧게 관측되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단에 존재 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생물학적 연령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 근심, 우울증 모두 만성적인 불면증 증상 중 하나다. 이들은 수면 부족의 증상이기도 하지만 원인이기도 한다. 일주 리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수면 시간은 물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불면증 환자 거의 전부가 삶의 스트레스가 높거나 최근에 근심거리가 증가 했다고 보고한다.

스트레스가 생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수면 부족을 유발하고, 반대로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니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것이다. 수면 부족이 행동 능력에 영향을 미칠까?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수면 부족의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30000여 명의 의과대학 레지던트 1년 차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일반적으로 의과대학은 레지던트들의 근무 시간을 일주일에 80시간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스케쥴에 따라 연속 근무 시간이 24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 한 달중 24시간 넘게 근무하는 날이 다섯 번 이상인 경우 레지던트의 피로 누적에 의한 의료 사고 위험이 무려 70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 지는 심각한 의료 사고도 30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연구에 따르면, 깨어 있는 시간이 17~19시간 사이일 경우 인지 장애 수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의 음주 상태와 비슷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이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깨어 활동하는 평균적인 시간에 불과하다.


그런데 계속 잠을 자지 않고 몇 시간 더 깨어 있을 경우 인지 능력은 급격히 떨어져, 혈중 알코올 농도 0.1%와 유사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는 법적으로 음주운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잠자는 일을 하찮게 여기면 안 된다.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 하면 안 된다.


어찌 보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주요한 투자라 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즐거운 놀거리, 일거리를 기꺼이 포기해야만 충분한 수면 시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꺼이 투자라고 표현할 만하다. 수면은 잃었던 건강을 되찾기 위한 초석이 되거나, 현재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나는 잠을 잘 자고 있는가?”


이 기초적이고도 중요한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거나, 이제까지 질문조차 해본 적이 없다면 지금 한번 돌아보시기 바란다.


“잠이 보약”이란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우리 몸의 재생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몸의 재생이라는 표현은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나 노화 방지를 의미한다. 노화 방지의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수면이다. 부족한 수면 시간은 우울증을 심화 시킨다.


잠이 부족하면 절대 살을 못 뺀다. 미녀는 잠꾸러기가 맞아. 피부, 체중 모두 깊이 관련 있다. 잠이 부족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간다. 당뇨 나 혈압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는 직장 생활을 하는 많은 회사원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면역력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암 환자에게도 중요하다. 어느 하나 걸리지 않는 것이 없다. 수면은 건강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부분에 연관되어 있다. 핸드폰으로 치면 밤에 충분히 충전해야 아침에 쌩쌩한 것과 마찬가지다.


빨리 충전되는 핸드폰도 있고 느리게 충전되는 핸드폰도 있는 것처럼, 조금만 자도 피로 회복이 되는 사람이 있고, 오래 자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차이가 존재한다. 내 몸을 잘 알고 내 몸에 맞쳐 생활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는 것이 건강한 수면일까?


건강한 수면을 결정짓는 것은 다음 세 가지다.


1. 얼마나 깊이 자는가?

2. 하루 몇 시간 자는가?

3. 언제 자는가?


잠자는 시간은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루 수면 시간이 다섯 시간 이하인 경우 살이 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여덟 시간을 자는 것이 이상적이고, 적어도 여섯 시간 이상은 잠을 자야 한다. 신생아는 하루에 14~17시간을 자야 한다. 유치원생은 10~14시간, 초중고생은 9~11시간의 수면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만 성장, 면역, 두뇌 개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성장기 어린이를 성인과 같은 수준으로 하루 7~8시간만 재우면 성장에도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져 김기에 걸리기 쉽고 폐렴이나 중이염같으 감염성 질환에도 취약해진다.


그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어떨까?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자는 것이 이상적일까? 수면은 몸을 재충전시키고 회복하는 시간이다. 10시부터 12시 사이에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다. 잠을 자야만 분비되는 호르몬들이 있다. 10시에 잠들어 네 시간 자는 것이 12시 이후 여섯 시간 자는 것보다 낫다.


현대인들에겐 거의 불가능한 스케쥴이다. 따라서 조금 늦게 자더라도 하루 7~8시간, 본인의 체력이 필요로 하는 만큼 충분한 수면 시간을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빈속에 잠을 자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호르몬 분비가 가능해서 세포 조직의 회복이나 독소 제거 활동이 활발해진다.


야식을 먹고 더부룩한 상태로 잠을 잘 경우, 우리 몸은 밤새 소화시키느라 바빠서 호르몬이 분비되고 활동할 겨를이 없다. 밤늦은 시각에 깨어 있으면 신체 활동을 하느라 체내 미네랄과 비타민이 소진되어 영양 결핍을 유발한다.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려면 잠을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호르몬을 만드는 원재료인 비타민과 미네랄이 결핍되어선 안 된다. 결론은 평소 충분한 영양소 공급을 해주고, 야식을 피해 빈속으로 12시 이전에 취침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면 시간보다 중요한 것이 숙면이다. 여덟 시간 선잠을 자는 것보다 네 시간 깊은 숙면이 나을 때도 있다. 잠을 깊이 자지 못하면 뇌파가 불안정하여 탄수화물을 찾게 되고, 이는 그렐린 (ghrelin)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그렐린은 일명 ‘공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데, 말 그대로 배고픔과 식욕을 유발하여 밤늦은 시간에 음식을 찾게 만든 주범이다.


숙면을 취하려면 잠자리는 어둡고 조용한 것이 좋다.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거나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저녁 식사 이전) 운동하는 것도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잠이 반드시 미용만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잠이 부족하면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도 촉진되는 데, 당뇨, 고혈압, 암과 같은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참이 부족한 상태에서 콜레스테롤이나 혈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약을 먹는 수밖에 없다.


코르티솔은 그렐린과 마찬가지로 식욕을 높이고 지방을 저장하기 때문에 살이 찌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근육을 파괴하여 기초대사량도 나빠 지고, 무엇보다 집중적으로 복부 지방을 늘리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밤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수면 부족 상태로 다음 날 일찍 출근하는 생활이 지속될 경우 아랫배가 나오고 조기에 당뇨나 콜레스테롤 같은 성인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잠이 부족하면 면역력을 떨어뜨려 감기에 걸리기도 쉽고 성인여성은 방광염, 아이들은 중이염이나 폐렴 같은 감염성 질환에 걸리기 쉽다. 잠이 부족한 상태로 피곤한 일정 – 일이 되었든 즐거운 여행이 되었든 상관없이 – 을 소화하고 난 후에 대상포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면역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2022.11.08

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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