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 상태에 빠진 스리랑카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인 대통령궁을 점거하고 총리 관저에 불을 지르자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밤 전격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시위대가 각각의 관저에 들이닥쳤을 때 라자팍사 대통령과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다른 곳에 대피해 있었다.
7월 9일(일요일)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라자팍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수십만 명의 시위대들은 콤롬보 시내를 행진했다.
이에 라자팍사 대통령은 오는 13일 사임한다고 밝혔으며, 총리도 함께 물러날 계획이라고 BBC방송은 보도했다.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스리랑카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평화롭게 권력을 이양하고 13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면서 "모든 국민은 법을 존중하고 평화를 유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대통령의 사임 결정 발표에 콜롬보 시내 전역에서 환호의 폭죽 소리가 울려퍼졌다.
최근 스리랑카는 7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려왔다. 물가가 폭등하면서 식량은 물론, 연료나 기계 수입 등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날 시위는 지난 몇 달간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돼 왔던 반정부 시위에 정점을 찍었다. 대규모 시위대가 대통령궁 앞에 모여 국기를 휘날리며 정권퇴진 구호를 외치다 바리케이드를 뚫고 나가 대통령궁 안으로 진입했다.
온라인상에선 시위대가 대통령궁 안을 돌아다니며, 관저 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대통령의 책상 서랍을 열어 물건을 고르고, 호화로운 화장실을 사용하는 모습도 담겼다.
시위대는 대통령궁의 화려함과 2200만 스리랑카 국민들이 수개월간 고통스러운 경제난에 시달린 모습을 대비해 꼬집기도 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이날 계획된 시위에 따른 대피책으로 전날 대통령궁을 떠났다고 로이터통신이 군 관계자 두 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통령궁은 대통령의 공식 관저이기는 하지만, 그는 주로 인근의 집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BBC는 현재 대통령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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