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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WeeklyKorea

[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콩 한 톨도 나눠먹는 마음으로 -구들-


요즘처럼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는 혹한엔 뜨뜻한 구들에 몸을 지지고 싶다. 필자 같은 경우 평소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 하느라 이것마저 뜻대로 안되는 게 이즈막 형편이다.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하여 꼭 필요한 장소만 난방을 해서인지 집안이 늘 썰렁하다.


고유가, 고물가에 시달린 탓인지 무엇보다 옛날처럼 전통 가옥 난방법인 아궁이에 땔감을 때던 시절이 마냥 그립다. 그래서일까? 언젠가 필자가 사는 이곳 시외 외곽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기존의 보일러 방을 뜯어 구들장을 새로이 놓는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하늘 높이 치솟는 물가와 유가에 허리가 휜 주민들이 생각다 못하여 구들장을 놓고 아궁이에 불을 땔 궁리를 하게 되었나 보다. 필자의 집이 만약 한옥이라면 난방 장치인 도시가스 보일러를 떼어내고 집안에 구들을 놓고 싶다. 필자 집은 도시가스를 난방용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때 집안에 난방을 할 경우 가스계량기의 수치를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철렁할 정도다. 계량기 속의 숫자가 얼마나 숨가쁘게 넘어가는지 바라만 보아도 지갑이 바닥나는 기분이다. 그래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집안에서도 내복을 입고 얇은 옷을 겹겹이 껴입어 추위를 이기곤 한다.

우리들이 흔히 쓰는 기름보일러나 가스보일러 같은 경우 구들이 아닌 온수가 흐르는 배수관이 방바닥 속에 묻혀 있다. 이것이 얇게 발라진 시멘트 바닥을 쉬 뜨겁게 하기도 하고 또한 쉬 식게도 한다. 이 상황을 지켜보며 ‘쉬 더운 방이 빨리 식는다’라는 속담을 새삼 절감한다.

그러나 우리 조상님들이 사용하던 구들은 아궁이에 불을 피우면 방바닥을 지나는 복사열에 의하여 구들이 달궈져서 뜨끈뜨끈한 온돌방이 되는 것이다. 이런 잔류 온기 때문에 방바닥이 쉽사리 식지 않는다.


어린 날 추운 겨울 밤, 아궁이에 군불을 때고 형제들이 옹기종기 아랫목에 모여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그 시절 추억이 참으로 기억에 새롭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제 방만 들어가면 문을 닫아걸어 예전처럼 부모형제 끼리도 살가운 정을 나눌 기회가 적다.

옛일을 돌이켜 볼 때마다 당시 따뜻했던 구들장이 마치 어머니 손길처럼 느껴진다면 지나칠까. 중학교 때 일이다. 집안이 가난하여 용돈이라도 벌을 요량으로 추운 겨울날 언 손을 호호 불며 신문 배달을 했다.


신문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닌 아랫목에 묻어둔 따끈한 새카만 보리밥을 꺼내 밥상을 차려주었다. 그러면 필자는 막사발에 담긴 보리밥을 게 눈 감추듯 했었다. 그것을 다 먹고 나면 허기도 메워지고 시린 심신도 구들장이 전하는 온기에 어느새 스르르 녹아내리는 듯 했었다.

겨울이면 8남매가 아랫목에 모여 이불을 끌어당기며 서로 많이 덮겠다고 다투던 그 시절, 그 땐 그래도 꿈이 있었다. 희망이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마치 헌옷처럼 훌훌 벗어던지고 싶었다. 또한 좋은 집에서 추운 겨울철에도 추위 걱정 안하고 편히 살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꿈을 지녔었다.

이젠 예전의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났건만 왜 이리 날이 갈수록 마음은 더욱 추워지는지 모르겠다. 버튼만 누르면 온 집안이 한 여름처럼 더운 세상에 살고 있으련만, 가슴은 구멍이 송송 뚫린 듯 허허롭고 싸늘한 냉기마저 도는 듯하다.

올겨울, 살을 에는 동장군이 찾아오면 이를 이겨낼 묘안은 딴 데 있는 게 아닌 성 싶다. 나보다 못한 이웃을 돌아보고, 어려울 때일수록 고통을 함께 나누는 일이야말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우리 조상님들은 콩 한 톨도 이웃과 나눠 먹지 않았던가. 그런 마음이야말로 이웃 사랑이고 삶의 고통을 적으나마 줄이는 방편이 아니었던가. 이제라도 구들장처럼 따뜻한 온기가 서린 가슴으로 이웃을 돌아보자. 올 겨울이 한결 따뜻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작가의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옛 물건에 얽힌 추억과 효용 가치 등을 사유하여` 테마로 쓴 글 1995년 ‘순수문학’에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한 김혜식 작가는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평론집을 비롯해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등이 있다.


아시아작가상 수필 부문 대상,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청주예총 공로상, 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 작가 연혁  

- 1995년 《순수문학》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

-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역임,

- 저서 :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 《해석의 의미 다름의 가치》

- 현, 충북일보, 경북 신문, 독서신문 고정 필진

- 아시아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제11회 청주문학상, 제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 청주예총 공로상, 제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제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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