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자제 요청 아니다" 여유 보이더니 이틀만에 강력 대응 전환 열도 초중고 한달간 수업중단 전망..주요 스포츠 연기·무관중·축소 일본 감염자 24명 늘어나 918명..사망자 1명 늘어 8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 취소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국 초중고교를 전면 휴교하는 강수를 선택했다.
27일 아사히(朝日)신문과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다음 달 2일부터 봄 방학이 시작할 때까지 전국 초중고교와 특별지원학교가 임시 휴교하도록 요청한다고 이날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말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봄 방학은 3월 중·하순부터 4월 초까지다.
각급 학교가 일본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면 봄 방학 기간을 포함해 열도 전역의 초중고교가 전염병 때문에 한 달 이상 수업을 중단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건강·안전을 제일로 생각해 많은 아이들과 교원이 일상적으로 장시간 모이는 것에 의한 감염 위험에 미리 대비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홋카이도에서는 초등학교, 중학교, 특별지원학교 등 도내 1천691개 학교 중 1천371개 학교가 이날부터 이미 휴교에 들어갔다.
이날 휴교하지 않은 삿포로(札晃) 등의 320개 학교는 28일부터 휴교한다.
지바(千葉)현 이치카와(市川)시도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시내 모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를 28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2주간 휴원·휴교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스포츠와 각종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이어 이틀 연속 코로나19와 관련한 대응 수위를 높이는 조치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달 25일 발표한 감염증 대책 기본 방침에서 각종 행사에 관해 "전국 일률적으로 자제요청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는데 이틀 만에 강력 대응 기조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향후 1∼2주가 코로나19 감염이 더 확산할지, 종료를 향해 갈지를 가르는 분기점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각종 여론 조사에서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내부에서 도쿄올림픽 취소를 거론하는 발언까지 나온 점도 아베 정권의 대응 기조 변화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딕 파운드 IOC 위원은 전날 보도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도쿄올림픽을 치르기에 너무 위험하다면, 도쿄조직위와 IOC는 올림픽을 연기하거나 개최지를 바꾸는 것보다 대회를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의 발언이 IOC의 공식 견해는 아니지만 1978년 IOC 위원에 임명된 후 집행위원, 부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베테랑 위원의 발언이라서 아베 정권이 위기감을 느낄만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가 각종 문화·스포츠 행사를 향후 2주 동안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관련 기업과 기관은 공연 등을 취소하는 등 일본 열도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연극·가부키 등 사업을 펼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쇼치쿠(松竹)는 다음 달 2∼10일 도쿄의 가부키 전용 극장 가부키자(歌舞伎座)에서 예정돼 있던 공연을 취소하는 등 주요 시설의 공연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독립행정법인 국립미술관은 29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전국에 있는 6개 국립미술관을 휴관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포츠 경기의 축소 및 취소도 이어졌다.
NHK에 의하면 축구 제이리그 공식전, 남자 농구 B리그, 럭비 톱리그 등은 경기가 줄줄이 연기됐다.
프로야구 개막전, 여자 골프 오키나와 투어, 테니스 데이비스컵 등은 무관중 경기가 결정됐으며 도쿄마라톤은 초청받은 소수의 상위권 선수만 참가하는 방향으로 축소됐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검사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후생노동상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바이러스 검사를 내주부터 공적 의료보험 적용 대상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2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밝혔다.
그는 보건 당국이 바이러스 검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보건소에서 필요한 검사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한 번 더 철저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일선 의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음에도 보건소에서 이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고 일본의사회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일본 당국이 감염자 수를 축소하기 위해 검사 대상을 확대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까지 일각에서 제기되자 진화에 나선 형국이다.
NHK의 집계에 의하면 27일에는 오후 9시 현재 24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일본에서 추가로 확인됐으며 이에 따라 일본의 감염자는 918명으로 늘었다.
감염자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 705명, 일본 내 감염 추정자 또는 중국에서 온 여행객 199명, 전세기 이용자 14명의 분포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홋카이도가 54명으로 가장 많고 도쿄도(東京都)가 36명으로 뒤를 이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망자는 전날보다 1명 늘어 8명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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