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락의 세계 및 파멸로 이끌기도 하는 게 성性이다. 이는 후쿠다 카즈히코가 지은 ‘섹슈얼리티 성 문화사’라는 책에 언급된 내용이다. 이 서책을 살펴보면 작가 말처럼 성이라는 존재가 역사 속에서 큰 변수로 작용하였음을 쉽사리 간파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거듭하는 역사의 질곡 속에서 성은 이미 '육체의 문화사'라는 존재 권을 획득하였다고 주장했다. 하여 저자는 성을 간과한 풍속 문화사는 존재할 수 없다고 언술했다.
이러한 후쿠다 카즈히코의 언명을 뒷받침하듯, 줄리어스 시저가 클레오파트라에게 매혹 당하지만 않았더라면, 고대 중국의 은殷나라 주紂왕이 달기가 보낸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만 않았다면 세계 역사는 분명 바뀌었을 것이다. 이로보아 성은 인간의 생활풍속 안에서 에로스 화 되어 매력적인 육체의 문화를 창조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역사의 수레바퀴 방향도 좌지우지하였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실 예로 텔레비전 광고만 해도 그렇잖은가. 텔레비전 화면에 등장하는 남녀 모델 모두 소비자에게 자신이 지닌 매력을 광고물에 투영시키기 위한 방편이 인상적이어 서다. 어느 기업 광고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델 자신이 지닌 섹시함을 한껏 과시하곤 한다. 이런 모습 때문인지 필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곤 한다. 젊은 여성 가수들일 경우 노래를 열창하며 온 몸으로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춤으로써 자신의 빼어난 가창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기도 하다. 어디 이 뿐인가. 예전과 달리 요즘은 젊은 여성들은 자신이 예쁘다는 찬사보다는 “섹시하다”라는 칭찬을 더 선호한다는 말도 회자될 정도다.
그래서일까? 어느 이는 성을 사랑의 감미로운 꽃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도 이즈막엔 그 칭송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인간 삶의 원동력이기도 한 성이 아니던가. 하지만 요즘엔 이것이 동물적 본능에 머무르기 예사다. 성 유희로 치달아 사회적 문제인 성폭력, 성희롱까지 일으켜 피해자의 소중한 목숨까지 앗아갔다.
공군 여 군인이 자신의 상사로부터 성추행 당한 후 자살한 사건 및 나영이 사건, 친 조카, 친딸 성폭행 사건 등등 차마 입에 올리기도 끔찍하고 민망스러운 인면수심인 성폭력 사건들이 그것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으로 자리해 생산적 본질을 지녀야 할 성이 우리네 삶을 위협하여 속악(俗惡)함이 존재한다면 그것의 위미(僞美) 적층을 해체해 보는 것도 펜 끝의 몫일 것이다. 때론 칼보다 강한 게 펜의 힘이 아니던가.
성이 인간의 본능을 극도로 자극하여 그 충동으로 인해 세상이 혼란에 휩싸이는 일은 더 이상 성을 사랑의 감미로운 꽃만으로 바라볼 수 없게 하였다. 그럼에도 성은 인간사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이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는 문학 작품은 물론 대중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유행가 가사에도 은밀히 표현되고 있다. 이는 대중성을 의식하는 가요니만큼 노래에도 에로티시즘을 모티브로 하여 대중의 마음을 잡아매려는 방편이 아닐까 한다.
대중가요의 성적 암시는 인간의 무의식적 욕구인 성적 욕구를 노래 요법을 통해 발산하도록 도우려는 효용성도 지녔다면 지나칠까? 이런 논조로 우리의 대중가요를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니 성적 상징성을 표현한 노래들이 의외로 많다. 그 중 가수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있다. 이 노래는 제목부터 은유성을 내포하고 있다.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눈앞에 바다를 핑계로 헤어지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보내주는 사람은 말이 없는데 떠나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해/(후략)’
이 노래 가사를 음미해 보면 남자는 항상 여성보다 모든 면에 우월하다. ‘눈앞에 바다를 핑계로 헤어지나’라는 노래 가사를 살펴보면 먼저 여자를 저버리는 쪽은 남성임을 눈치 챌 수 있다. 그 우월감은 남성의 성적 기상까지 아우른다. 바다를 떠돌다가 어느 항구든 내키는 대로 배를 정박시키면 된다. 그게 하룻밤 풋사랑이든 만리장성을 쌓은 뒤 목숨까지 바칠 사랑이든 사랑의 진위를 확인할 이유도 속내를 내 비칠 필요도 없다. 여자는 오로지 자신에게 닻을 내리는 배를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진정한 사랑을 이뤘다고 어리석게 믿는다. 그게 여자의 진실이고 순정이다.
남자는 여자의 절절한 순애(殉愛) 따윈 아랑곳없다.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는 게 남자의 속성이라는 명분 아래 속물적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린이 포르노 동영상, 원조 교제, 성폭력, 성희롱 등은 일부 남자들의 전유물이 된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주의해야 하리라. 전자발찌, 고환 제거보다 더 두려운 것은 뇌에 각인되어 평생을 지배하는 음풍(淫風)에 오염된 심연이다.
음풍에 젖은 마음은 심신을 갉아먹어 인생의 비극적 종말의 단초가 되기에 이참에 여성을 쉽사리 채굴할 수 없는 귀한 금강석처럼 소중히 대해주었음 좋겠다.
다음 호에 계속

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1995년 ‘순수문학’에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한 김혜식 작가는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평론집을 비롯해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등이 있다.
아시아작가상 수필 부문 대상,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청주예총 공로상, 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 작가 연혁
- 1995년 《순수문학》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
-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역임,
- 저서 :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 《해석의 의미 다름의 가치》
- 현, 충북일보, 경북 신문, 독서신문 고정 필진
- 아시아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제11회 청주문학상, 제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 청주예총 공로상, 제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제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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