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inda Ardern 총리의 국경봉쇄와 연이은 록다운 제한조치에 경제상황이 사상최악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국민들은 여전히 노동당에 차기 정권을 맡겨줄 모양이다.
지난 22일 TVNZ이 노동당 Ardern 총리와 국민당 Judith Collins 대표와의 토론회를 개최하기 앞서 Colmar Brunton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동당 48% △국민당 31% △Act당 7% △녹색당 6% △NZ First당 2%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벌어진 1차 토론회 직후 ‘토론회 승자가 누구냐’는 조사에서도 △Ardern 45% △Collins 35% △모르겠다 19%로 응답한 걸 보면 앞으로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10·17 총선결과는 뻔해 보인다.
코로나19 국경봉쇄 등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사상 최대인 12.2%나 감소, 심각한 불경기를 체감하고 있건만 국민들은 정권교체쯤이야 딴 나라 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자국민의 유입마저 봉쇄한 이웃나라 호주가 7.0%밖에 감소하지 않은 것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그렇다고 지난 3년간 Ardern 정부가 내세울만한 치적이 있으면 좋으련만 코로나19의 정치적 호재를 이용한 것 빼놓고는 딱히 없다. 코로나19를 앞세워 국민적 불안감을 그토록 자극하고 조성하더니만 이제는 재선 문턱에 아예 걸터앉아 있다. 국민들이 조금만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만 있다면 사실 정권심판에 열불을 내도 시원찮을 판국인데도 길들여진 강아지들마냥 노동당을 선호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에 안전지대”라고 철없는 선언까지 했던 Ardern 정부의 지난 2월13일 Colmar Brunton 여론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당시엔 △국민당 46% △노동당 41% △녹색당 5% △NZ First당 3% △Act당 2% 순이었다. 그리고서 계속되는 확진자 양산으로 곤혹을 치른 Ardern 정부가 “이제는 코로나19를 박멸했다”고 발표했다. 5월21일 여론조사는 노동당 쪽으로 급선회했다. △노동당 59% △국민당 29% △녹색당 4.7% △NZ First당 3% △Act당 2%였다. 6월25일 조사는 노동당 선호도가 약간 꺾여 △노동당 50% △국민당 38% △녹색당 6% △NZ First당 3% △Act당 2%로 집계됐다.
그러다 지난 7월14일 당대표들의 지리멸렬한 리더십 진통을 앓은 국민당이 Collins 대표를 선출했다. 7월30일 조사는 또다시 노동당 선호도가 반등했다. 결과는 △노동당 53% △국민당 32% △녹색당 5% △Act당 5% △NZ First당 2%였다. 이후 2개월여만에 실시된 이번 9월22일 조사에서 국민들은 역시 노동당 편이었다. 이는 코로나19의 제2파동을 겪고 총선날짜까지 1개월가량 늦춘 이후의 첫 여론조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대체 어떤 연유일까. 그간의 추이를 들여다보면 Ardern 정부가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얼마나 챙기고 있는지 확연하게 알 수 있다. 국민들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임금보조금 수령을 마치 Ardern 정부가 주는 혜택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금부담으로 작용할 지 개의치 않으면서 말이다.
어쩌면 Jacinda 총리의 정치적 제스처와 국민적 기대감이 맞아 떨어지면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때를 놓쳐선 안 된다는 기발한 묘안을 짜내 선거 캠페인의 모토까지 ‘코로나19’를 표방한 채 우려먹고 있는 노동당이니까.
무엇보다도 의도하는 대로 무뇌아처럼 군말 없이 따라오는 키위들의 성향 분석을 너무 잘 활용하는 선거전략이 먹히고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일 듯싶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것만큼은 세계에서 최고인양 국민들에게 입이 닳도록 설파하던 Ardern 총리는 지난 17일 개념 없는 태도를 정작 보였다. 오클랜드 매시대를 방문한 Ardern 총리는 자신의 모벌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혀 지키지 않은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웃으며 셀카를 찍었다. 오클랜드는 당시 록다운 레벨 2.5였고 Ardern 총리를 포함한 누구 하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나흘 후인 지난 21일 이런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자 그 때서야 비로소 Ardern 총리는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Ardern 총리는 이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우리의 결정 중 어느 것도 정치나 선거운동에 근거하지 않고 안전을 기초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국민들을 또 설득하고 나섰다. 이것은 분명 Ardern 총리의 단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과연 그가 진정성을 갖춘 인물인지를 의심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TV 토론에서도 그는 코로나19의 경제적 타격으로 어린 소녀가 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던 고통과 슬픔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앵무새처럼 최저임금 인상과 임금보조금 지급이 열심히 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고 있다는 식의 영혼 없는 정치적 발언만 내뱉을 뿐이었다. TV토론에 참석한 그 소녀는 “학생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정도로 충분히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자신만이 뉴질랜드를 살리고 있고 살릴 수 있다고 주창하는 Ardern 총리, 그가 10·17 재선에 성공한다면 코로나19의 최대 수혜자임에 틀림없다. 변혁을 싫어하는 국민들은 아마도 가장 큰 피해자로 남을 듯싶다.
김봉일, 위클리코리아 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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